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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가뭄·홍수 심해질 것" 1.5도 상승 부른 절망적 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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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열린 58회 IPCC 총회에서 제6차 종합보고서 핵심저자인 이준이 부산대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ENB]

지난 14일 열린 58회 IPCC 총회에서 제6차 종합보고서 핵심저자인 이준이 부산대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ENB]

“앞으로 10년간 지구 온도 상승은 막을 수가 없습니다. 가뭄이나 홍수같은 극한 기상 현상도 잦아지겠죠. 중요한 건 장기적으로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0일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종합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세계 과학자와 195개국 정책 입안자가 참여한 이번 보고서의 핵심 저자는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다. 지난 5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이 교수는 보고서 승인 직후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막중한 일이 끝나 한편으로 뿌듯하지만 보고서의 내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IPCC 6차 종합보고서는 각국 정부에 '향후 10년의 대응이 인류의 미래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40년 이전까지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막을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구온난화는 정말 있는 건가
기후변화는 거의 모든 국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미 과학적인 근거도 많이 축적됐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8년 간 지구온난화도 더 심화했고 기상 재해 재난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오차가 줄고 단기 예측력이 올라가는 등 과학적 진보가 많이 있었다. 6차 종합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이미 6건의 특별보고서와 실무그룹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 사이에도 지구 평균 온도는 올랐다. 1차 실무그룹 보고서 작성 당시 1.09도(2011~2020년)였고, 가장 최근 데이터(2013~2022년)에 따르면 1.15도로 평가된다. 모든 보고서를 종합했을 때 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있고 1.5도를 향해 가고 있다.
IPCC 6차 종합보고서 승인 과정에서 전세계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ENB]

IPCC 6차 종합보고서 승인 과정에서 전세계 과학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모습. [사진 ENB]

1.5도 상승은 언제 오나
모든 실무그룹 보고서를 종합했을 때 우선 2040년 이내 1.5도 상승에 도달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과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30년 전반부에 1.5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시나리오는 1000개가 넘는다. 아닌 것도 있지만 대체로 2030년 전반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단기 대응'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향후 10년간 지구 온도가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선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세대가 경험하는 기후가 달라질 뿐 만 아니라, 앞으로 수천년 지구 생명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기적 시나리오는 다 비슷하다. 2030~2035년 사이 1.5도에 도달하고, 그 이후에는 이전에 했던 탄소 저감 정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금부터 대응에 성공해 10년 뒤부터 추가 온난화를 막는다면 1.5도선에서 유지 또는 장기적으로 하회할 수도 있다. 현재 상태대로 가면 2100년엔 3.2도가 된다.
한국은 어떨까, 자연 재해나 식량위기 문제는
IPCC 보고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시나리오는 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한국이 아시아 권역이고 몬순 지역이라는 점에서 홍수와 가뭄은 심해질 것이다. 전지구적으로 물 순환이 강화하면서 비가 쏟아질 때와 비가 오지 않을 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미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 않나. 식량위기의 경우, 육지뿐 아니라 해양 생태계 붕괴가 심각한 상황이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생물종이 이동하고 있고 바다의 산성도가 심화하면서 산호초 군락도 멸종 위기로 향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식량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보고서에도 있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당장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적응과 완화'를 동시에 하는 '기후 탄력적 개발'을 해야 한다. 국가별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려 넷제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서 말했듯 극단적으로 나타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재생에너지 단가도 무척 저렴해지고 있어 기후금융을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가 저탄소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이렇게 '최저 배출'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1.5도에 근접한 뒤 2050년이 지나면서 오히려 1.5도를 하회할 수도 있다.
일반인도 보고서를 읽어볼 수 있나.
실무 그룹 보고서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단어가 많다. 그래도 이번에 나오는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요약본은 물론 쉽진 않지만 읽어볼 만 하다. 한국인은 이미 우리가 얼마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상황인지 많이 인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솔루션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시민 사회가 정책적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국가 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그룹이 기후 재난에 더 취약하다는 점에 관심을 갖고 '기후 정의'라는 주제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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