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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하면 걸러낸다" 아파트 소장 '갑질 정황' 녹취파일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대 경비원 박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의 관리 책임자가 갑질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20일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따르는 사람은 살아남고, 반발하고 대적하면 걸러낸다”는 취지의 관리책임자의 발언이 담겨있다.

20일 오전 경비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경비노동자들이 '故 대치동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불안과 갑질 피해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경비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경비노동자들이 '故 대치동 아파트 경비노동자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불안과 갑질 피해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JTBC에 따르면 녹취록에서 경비원의 교체를 요구하는 관리 책임자에게 인사 조치에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하자 관리 책임자는 “긴장하게 하려고 강하게 하는 면이 있다고 그걸 알고 따라준 사람은 살아남을 것이고, 반발하고 거기에 대적한 사람은 걸러낸다”고 말했다.

또 관리 책임자가 박씨의 강등을 보류시킨 정황에 대해 “(박씨가) 제가 부족했습니다. 제가 좀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등을) 일단 보류시켰지”라고 말하는 부분도 녹취록에 담겼다.

경비원 동료들은 박씨가 강등을 면한 뒤 곤경에 처했다며 “아주 약자가 돼버렸다. 주눅이 드니까 목소리가 작잖아”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씨는 지난 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비원의 동료들이 20일 관리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10여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해 온 박씨가 부당한 인사 조처와 인격적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며 “법의 보호와 인격을 보장받는 자랑스러운 일터가 되게 해주시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경비원들은 또 구조조정과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 등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고도 호소했다.

박씨가 숨진 뒤 6명이 부당한 업무 지시와 고용 불안을 이유로 사직서를 냈으며 약 10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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