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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올 적자 전환…마크롱, 정치적 부담에도 개혁 총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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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일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근로자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을 한 인형이 놓여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법 49조 3항을 동원해 의회 동의 없이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였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근로자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대 사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을 한 인형이 놓여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헌법 49조 3항을 동원해 의회 동의 없이 연금개혁안을 밀어붙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0일간 프랑스 정계와 사회를 격랑 속에 밀어넣은 에마뉘엘 마크롱(46·사진)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이 정년 2년 연장 등 핵심 내용을 유지해 발효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에서 집권 르네상스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해 불안하게 출발한 마크롱 대통령은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에서 국론 통합을 끌어내지 못함으로써 향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60~70%는 연금개혁안에 반대한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6일 연금개혁안의 상원 통과 후 하원 표결을 앞두고 정부 입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조항(49조 3항)을 발동했다. 집권여당이 하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결이 우려되자 마크롱 대통령이 꺼낸 승부수였다. 의회를 무력화한 ‘프리패스’ 조항 발동에 야당은 들고일어났다. “정부의 고압적인 방식은 의회에 대한 모욕이며, 프랑스 민주주의의 결점”이라며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19일 AFP통신에 보낸 서한에서 “연금개혁안은 수개월에 걸친 정치·사회적 협의 끝에 나온 타협의 산물”이라며 “개혁의 민주적 여정의 끝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0일 발표된 연금개혁안은 2017년과 지난해 대선 기간 그가 내건 핵심 공약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에마뉘엘 마크롱

연금개혁안이 발효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작지 않다. 19일 발표된 프랑스여론연구소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난해 5월보다 13%포인트 내렸다. 노란조끼 시위로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던 2018년 12월(23%)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와 유권자 모두에게 그의 비전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BBC도 “마크롱이 대중 분노의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이 정치적 부담에도 총대를 멘 것은 연금개혁이 절실해서다. 고령화·저출산의 늪에 빠진 프랑스는 일해야 하는 젊은 세대가 줄어들면서 연금 재정 개혁이 불가피한 상태다. 프랑스의 연금 재정은 2023년 적자로 전환해 2027년에만 연간 120억 유로(약 16조원) 적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최대 50억 유로(약 6조6850억원)의 적자가 쌓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극좌·극우로 양분된 프랑스 정치 지형은 연금개혁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프랑스 정치평론가 알랭 뒤하멜은 BBC에 “이 위기가 보여주는 것은 두 개의 프랑스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 문제를 겪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연금개혁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프랑스처럼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나라는 찾기 어렵다.

정부의 연금개혁안 강행 이후 프랑스 곳곳에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 연합은 오는 23일 9차 파업을 예고했다. “청소노동자 파업으로 파리에선 쓰레기가 1만t 이상 쌓였다”고 르파리지앵은 전했다.

프랑스의 연금개혁안은 현행 62세인 정년을 오는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단계적으로 연장해 2027년에는 63세, 2030년까지는 64세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금을 삭감하지 않고 100% 받을 수 있는 사회보장 기여 기간도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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