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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요동치는 세계 금융시스템 위기, 한국도 철저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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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위스 제네바의 한 거리에 있는 금융기업 UBS 너머로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간판이 보인다. [AFP=연합]

스위스 제네바의 한 거리에 있는 금융기업 UBS 너머로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간판이 보인다. [AFP=연합]

세계적 투자은행 CS, UBS 인수로 기사회생

부동산 PF 등 약한 고리 선제적으로 살펴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은행 파산 위기가 유럽까지 번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살얼음판에 놓였다. 다행인 것은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정부가 조기에 적극 개입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상황으로 번질 우려는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작된 전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 불황이 개별 국가 경제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면서 위기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언제 또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를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로 재무구조가 나빠진 데다 SVB 파산 여파로 위기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하게 됐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는 어제 CS를 3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은 이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 스위스 국립은행의 지원 덕분에 UBS가 오늘 CS 인수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 추가적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라며 “연방의회 역시 이 같은 조처가 CS와 스위스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가장 적절한 해법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도 공동성명을 통해 스위스 당국의 발표를 반겼다.

국내 은행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를 해 온 미국·유럽과 달리 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 왔다. 현재의 금융시스템 위기 촉발이 투자은행들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을 둘러싼 상황은 언제든 미국과 유럽의 불똥이 튈 수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 위험요인이 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인한 제2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연체율도 2.8%로 2021년 말(1.2%)에 비해 크게 올랐다. 그간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은 PF 부실을 부추기고 있다. 3000조원에 달한다는 가계부채는 또 다른 불씨다.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가계부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1위다.

금융 당국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이 같은 약한 고리들을 선제적으로 살펴야 한다. 현행 1인당 500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한도는 20여 년 전인 2001년 정한 금액이다. 미국이 최근 SVB에 대해 예금의 전액 지급보증 조치를 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현재 70%인 은행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100%까지 높일 것이라고 한다. 위기의 조짐으로 등장한 신호들을 소음이라 여겨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