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선 ‘업계 표준’을 만드는 게 필수입니다. 고객들이 스마트 기능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운 혁신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부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표준 연합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 정례회의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 부사장은 “전구나 스위치 등 삼성이 제조하지 않는 디바이스도 ‘스마트싱스’ 플랫폼에 연결해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그 다음 단계가 기업별로 차별화한 고객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나흘간 열리는 CSA 정례회의엔 글로벌 정보기술(IT)·가전·플랫폼 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참가한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샤오미 등 모바일·가전 업계를 비롯해 아마존·구글 등 플랫폼 기업, 가구 업체 이케아, 에너지솔루션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 등이다.
CSA는 개방형 스마트홈 통신 표준인 ‘매터’(Matter)를 개발하고 표준화하는 단체로, 지난해 10월 스마트홈 첫 표준 규격인 ‘매터 1.0’을 발표한 뒤 이번이 두 번째 행사다. 이날은 스마트홈 표준 기술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을 주제로 토론이 열렸다.
행사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그라나스 이케아 기획자는 “완벽한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집안의 모든 기기를 하나의 규격으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케아가 가구 기업임에도 CSA에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기현 LG전자 플랫폼사업센터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씽큐’ 플랫폼을 소개하며 “별도의 조작 없이도 인공지능(AI)이 고객의 상황·상태를 인식, 판단해 선제적으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앰비언트 컴퓨팅’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홈 시장에서 표준화 노력은 CSA의 ‘매터’와 글로벌 가전 협의체 HCA가 대표적이다. HCA에는 삼성전자·LG전자·일렉트로룩스·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 업체 1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CSA는 제조 단계에서의 통신규격 표준화를, HCA는 소프트웨어(SW) 단계인 클라우드를 통한 표준화를 주로 다룬다.
스마트홈이 성공적으로 구현되려면 집 안에 있는 모든 디바이스는 ‘꼬리표(브랜드)’가 다르더라도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LG전자가 만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런 ‘적(?)과의 동침’은 조만간 현실이 될 전망이다. CSA 가입 기업들은 올해 출시 제품부터 브랜드 관계없이 매터 표준이 적용된 스마트 TV·모니터·냉장고·전구·도어록 등이 작동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IT·가전 업계가 고집하던 ‘순혈주의’가 깨지고, 플랫폼·가구 업계까지 ‘이종결합’에 가세하면서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지난해 1175억5000달러(약 154조660억원)에서 2027년 2229억 달러(약 292조22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앞으로 스마트홈은 커넥티드카·콘텐트 플랫폼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퇴근 후 자율주행차를 탄 운전자가 주차장에 들어서면, 스마트홈 기기들이 알아서 ‘잠자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실제로 가전 업계는 스마트스피커 외에도 캘린더·메모·날씨·내비게이션 앱 등과 연계해 편의성과 범용성을 높이는 중이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업계 표준을 만들면 상호 이용성을 확보하고, 보안에 대한 신뢰성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