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철새로 보호했던 가마우지, 이젠 유해 조류로 전락 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6일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 100여 그루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백화현상) 변해 있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 사이로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날아다니거나 앉아 있었다.

애초 이곳은 서리꽃과 물안개 촬영 명소였는데 2009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명소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주민 정영옥(68·여)씨는 “이곳은 겨울이면 전국에서 사진작가가 몰리던 곳인데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황폐화했다”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민물가마우지는 강원지역 9개 시·군 하천과 호수·저수지 등 42곳에서 2만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평호 상류를 포함해 홍천강 유역에는 1만여 마리, 춘천 소양강 하류에는 2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크기가 큰 종류는 몸길이가 70㎝ 이상이다. 가장 크고 흔한 종은 민물가마우지로, 뺨이 흰색이고 몸길이는 90㎝ 정도다. 둥지는 나뭇가지와 해조류를 이용해 절벽 바위 턱 등에 만든다. 가마우지는 물 위에서 헤엄을 치면서 물고기를 발견하면 잠수해 잡는다. 잡은 물고기는 물 위로 올라와서 먹는다.

강원도는 개체 수가 급증한 데다 텃새화한 민물가마우지가 내수면 어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물고기 700g, 번식기에는 1㎏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지역 내수면 어획량은 2017년 933t에서 2021년 613t으로 크게 줄었다.

나무가 말라 죽는 것도 문제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 역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가 모두 말라 죽어 다시 심어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에 불과하던 민물가마우지는 지난해 3만2196마리로 1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하천이 정비되면서 민물가마우지가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텃새화한 것이라 분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최유성 연구사는 “하천 정비로 일정한 수위가 유지되면서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사계절 내내 먹이를 구하기 쉬워지다 보니 텃새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강원도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도는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줄 것을 최근 환경부에 건의했다. 올해 2억원을 투입해 민물가마우지 집단 번식지의 둥지를 산란철 이전에 제거, 개체 수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환경부는 야생생물 개체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포획 대상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인간과 공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체 수 증가에 따라 민원이 제기되는 야생생물을 지속해서 관찰해 유해 야생생물 지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더라도 다 잡는 것이 아니라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포획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