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못막는다"…모든 시나리오 돌린 전문가들 무서운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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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남아프리카 그라프 레이네트의 댐이 가뭄으로 말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9년 남아프리카 그라프 레이네트의 댐이 가뭄으로 말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40년 이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육지와 해양에서 생물이 감소해 식량 자원은 부족하고 곳곳에서 가뭄과 홍수, 이상 고온과 저온 현상으로 인한 기후 재난이 빈번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과학자와 195개국 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종합보고서에 담긴 미래다.

20일 유엔은 제6차 IPCC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키워드는 '단기 대응'이다. 지속된 온실가스 배출로 '가까운 미래'의 빠른 지구온난화를 막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2040년 이전에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2030년 초반 또는 2030년 이전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확률도 50%에 달한다.

지난 14일 이회성 IPCC 의장이 제6차 종합보고서 승인을 위한 회의를 이끌고 있는 모습. [사진 ENB]

지난 14일 이회성 IPCC 의장이 제6차 종합보고서 승인을 위한 회의를 이끌고 있는 모습. [사진 ENB]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근거가 된 제5차 종합보고서(2014년 발표)가 막연히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인류가 가까운 미래에 겪을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과학자들이 1.5도 상승을 막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각국 정부에 단기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을 규명하고, 위험을 예측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6~7년 주기로 발간된다.

2020년생 인생 대부분을 '2도 상승' 지구에서 보낼것

지난해 9월 이집트 남부 홍해 연안 아부 다밥 다이빙 지점에 있는 산호초 군락. 지구 온난화로 다른 지역의 산호초 군락이 죽음을 맞이하며 이곳이 마지막 산호초 피난처로 떠올랐다고 과학자들은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9월 이집트 남부 홍해 연안 아부 다밥 다이빙 지점에 있는 산호초 군락. 지구 온난화로 다른 지역의 산호초 군락이 죽음을 맞이하며 이곳이 마지막 산호초 피난처로 떠올랐다고 과학자들은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1.5도 온난화 상황에서는 10만5000개의 육지 생물 종 가운데 곤충의 6%, 식물의 8%, 척추동물의 4%가 서식 공간의 절반 이상을 잃는다. 해양 생물 종이 본래의 서식지보다 고위도로 16도 가량 이동하며 일대 혼란이 생기고, 해양 생물이 서식지로 삼는 산호초의 70~90%가 백화현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1.5도를 사수하려는 이유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 온도가 평균 2도 오르면, 산호초의 99%가 죽는 멸종 상태에 이를 수 있다. IPCC 6차 보고서는 향후 10년 간 인류의 대응이 젊은 세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지적한다. 1.5도 상승으로 인한 재난에 대비하는 동시에 그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이어질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1980년생이 70세가 됐을 때 지구는 2도 상승의 재난 상황에 처한다. 2020년생은 인생 대부분을 2도~2.5도 상승한 지구 환경에서 보내게 된다.

6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했다. 이미 진행 중인 해수면 상승, 남극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일부 변화는 당분간 불가피하며 되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평가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위기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기후 탄력적 개발'로 바꿔야

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탄력적 개발'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개발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으로, 가까운 미래의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경제 시스템 전환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넷제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도시·산업·교통·토지 이용 계획을 재구성하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금융, 기후정의, 기후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언급했다. 아직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금융 지원이 전 세계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상위 10% 가구가 전체의 34~45%를 배출하고 하위 50%는 13~15%를 배출하는 가운데, 배출량 하위권 가구가 재난에 더 취약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번 종합보고서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58차 IPCC 총회에서 195개의 참여국 정부 대표가 만장일치로 승인해, 향후 기후변화 관련 협상에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파리협정의 장기 온도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인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Global Stocktake)을 실시하는 해로, 이 보고서가 자료로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IPCC 주관부처인 기상청을 비롯해 외교부, 환경부, 국립기상과학원, 한국환경연구원, 국가녹색기술연구소 및 에너지경제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극지연구소, 한국환경공단, APEC 기후센터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가했다. 보고서에는 이회성 IPCC 의장과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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