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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푸틴 전쟁 질질 끌 가능성"…중·러 정상 만남에 美 불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부터 2박 3일간 이어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에 서방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에 "이번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국제 질서를 흔들려고 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많은 동맹·파트너가 구축한 규칙에 기반한 질서에 혼란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로이터=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어 "그들은 세계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확실히 최근 협력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비 조정관은 시 주석이 이번 방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나설 것이란 일각의 관측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일종의 휴전 촉구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양국 회담에서 나오는 휴전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점령을 재가하자는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이 푸틴 대통령에게 재훈련하고 다시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을 더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커비 조정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소통 라인을 열어두길 원한다"며 "통화는 적절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린 시 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우크라이나의 입장도 들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이외에도 서방의 전문가들과 외신은 이번 시 주석의 방러 정상회담의 의미와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H. R. 맥마스터는 이날 CBS 방송에 나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고 평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났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전직 미 국방정보국 분석가인 레베카 코플러는 "두 정상의 만남은 매우 중요하다"며 "시 주석은 푸틴의 전쟁을 질질 끌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전략적 적대국들이 대리전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무기를 고갈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것이 시 주석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면서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제재 정책을 우회할 수 있도록 제 3자를 통해 원조를 전달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푸틴 대통령에게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증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WP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푸틴 대통령에게 사기 진작과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구축하고 있다고 믿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은 푸틴의 잔인한 전쟁에 대한 암묵적인 승인을 의미하더라도 미국에 맞서기 위해 모스크바와의 파트너십을 이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2017년 만났을 때의 모습. AF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2017년 만났을 때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분석가인 알렉세이 치가다예프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우리는 국제 분쟁을 중재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란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미국엔 중국과 협상의 필요성을, 유럽엔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며 "또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중국이 미국보다 더 유력한 지원국이란 메시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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