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위기 막자" 스위스가 힘 썼다…UBS-CS 협상 막전막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위스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전격 인수하게 된 배경에는 스위스 당국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타격을 줄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와 국립은행(SNB)에 따르면 UBS의 CS 인수 총액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다. 당초 UBS는 주당 0.25스위스프랑, 총액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제시했다. 또 신용스프레드가 급등하는 등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거래를 무효로 할 수 있다는 조항도 요구했다. 신용스프레드란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로, 이것이 커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의미다. CS 측은 이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UBS가 인수 금액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하면서 양측은 합의를 이뤘다. UBS는 신용스프레드가 급등할 경우 거래를 무효화하는 조건을 완화하는 데에도 동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두 배로 높아진 가격인 주당 0.5스위스프랑도 CS의 지난 17일 종가인 1.86스위스프랑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극적 합의가 이뤄진 배경에는 스위스 당국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미국과 아시아 등 시장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20일 아시아 증시 개장 전까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 유동성 지원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CS발(發)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렸다. 지역 은행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달리 CS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다. SVB보다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보니 파산 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못지않은 충격이 올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왔다.

스위스 당국은 양대 은행의 거래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협상 결렬 시 CS의 전부 혹은 일부를 국유화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SNB는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1000억 달러(약 131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UBS의 CS 인수를 즉각 승인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했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번 인수는 다른 시나리오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적다”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은행의 파산은 세계 금융 시장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UBS와 CS의 자산 규모는 각각 1440조 원, 750조 원 수준이다. 두 회사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럽 초대형 ‘공룡 은행’이 탄생한다. 다만 UBS는 인수 이후 CS의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 이후 최대 1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은 인수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로 꼽힌다.

한편 이번 인수 과정에서 CS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AT1)이 0원으로 상각돼, 채권 보유자들이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보도했다. 유럽 AT1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다. AT1은 은행 등 금융사의 위기에 대비해 발행하는 완충 역할의 채권으로, 유럽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됐다. 은행의 자본 비율이 기준치보다 떨어지면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해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도록 설계됐다.

반면 CS 주주들은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게 돼, 채권 보유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CS의 채권 135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에 상각이 결정된 AT1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