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크라전 美모습' 실망한 대만 포착…中, 대만 前총통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과 대만의 양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지난 2015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중국과 대만의 양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만나 회담을 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정치권에 미국과 중국의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집권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다음 달 초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같은 기간 제1야당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전·현직 대만 총통 중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심화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집권 민진당은 미국과의 연대를 더 공고히 해 중국의 공세에 맞서려 하지만, 중국은 국민당을 지원해 내년 선거에서 대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마잉주, 대만 전·현직 총통 최초 방중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20일 마잉주 기금회는 마 전 총통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대만 학생 대표단 30명과 함께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난징·우한·창사·충칭·상하이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기금회는 마 전 총통이 중국에서 신해 혁명, 2차 세계대전 유적지 등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난성 출신의 부모를 둔 마 전 총통은 고향을 방문해 조상에게 제사를 올리는 행사를 가지고 대만·중국 학생간의 만남도 주선할 계획이다.

이번 방중이 성사될 경우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온 후 마 전 총통은 중국 본토를 방문하는 첫 전·현직 대만 총통이 된다.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기금회는 “마 전 총통이 (방중 기간) 베이징을 찾지 않는다”면서도 시 주석 등 중국 고위 인사와 회동할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 16일 대만 총통실에서 미국 공화당 소속 켄 칼버트 하원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오른쪽) 대만 총통이 지난 16일 대만 총통실에서 미국 공화당 소속 켄 칼버트 하원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 시기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미국 방문 기간과 겹친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 우방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기 위해 이달 말 출국하는 차이 총통은 순방 일정 중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경유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중국이 대만에 연일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와중에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문제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으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미국산 무기 구입 가속화, 경제·무역 협력 확대, 국제기구 참여 확대 등을 시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구리슝(顧立雄)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 측과 고위급 안보 회담을 열었다. 차이 총통은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 등 미국 주요 인사를 만나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를 재확인할 심산이다.

중국, 국민당 지원해 대만 정권교체 노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의 공산당 박물관에 지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의 싱가포르 양안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의 공산당 박물관에 지난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의 싱가포르 양안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차이 총통의 방미 기간 마 전 총통을 초청한 건 결국 대만 내 정치 지형에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을 대만 독립을 시도하는 분리주의 세력으로 규정한 중국은 그렇지 않은 국민당과 협력해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원(의회) 선거에서 대만의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국민당과의 관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 대만 침공 없이 협상으로 통일을 이룰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측면에서 친중 성향의 마 전 총통은 중국의 입맛에 가장 맞는 대만 고위급 인사다. 2008~2016년 마 전 총통이 집권할 당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가장 밀접한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지난 2015년엔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주석과 역사적인 양안 첫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다.

우크라전 여파…줄어든 대만 반중 여론

지난 1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대만에선 반중 목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대만 민주문화교육재단이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61.1%가 미국·중국 모두와 잘 지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2.8%만 ‘친미 반중’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미국의 모습이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대만 21세기 기금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40%는 중국이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에 무기만 제공하고 말 것이라 생각했다.

중국은 이를 기회로 양안 관계의 평화를 바라는 대만 여론을 더욱 키울 생각이다. 중국에서 대만 문제를 관장하는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은 마 전 총통의 방중에 대해 환영 메시지를 냈다. 마 대변인은 마 전 총통을 지난 2015년 양안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과 마 전 총통이 서로를 부른 호칭인 ‘선생’으로 칭하며 “마 선생의 방문과 양안 청년들의 교류가 양안 관계의 평화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마 전 총통의 방중 계획에 대해 민진당은 “마 전 총통은 2300만 대만 인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는 “마 전 총통이 중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총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아직 관련 신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