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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글 논란 사과한 김영환..."극단적 반일 선동 멈춰야"[현장에서]

중앙일보

입력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11개 단체가 지난 10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친일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등 11개 단체가 지난 10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환 충북지사에게 친일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꺼이 친일파 되련다” 글 올렸다 뭇매 

김영환 충북지사는 ‘SNS 마케팅 달인’으로 불린다.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댓글 수백개가 달린다. 단순히 “무언가를 하겠다”는 나열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이 추구하는 비전과 당위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쓴다. 도지사를 만날 수 없는 주민이라도 그의 의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진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김 지사가 최근 SNS 마케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쓴 ‘친일파’ 표현 때문이다.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한·일 징용 해법에 찬성하는 글을 올렸다. 김 지사는 “특정 세력이 친일로 매도하더라도 정부 배상안은 옳은 결정이고, 나도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노역 피해배상 해법은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발언을 비난했다. 김 지사는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머리를 조아린 것이 본질이 아니다"라며 "임진왜란을 겪고도 겨울이 오면 압록강을 건너 세계 최강 청나라 군대가 쳐들어올 것을 대비하지 않은 조선의 무기력과 무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옹호하는 발언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옹호하는 발언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그런데 이 글 첫 문장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련다”라고 한 게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김 지사 발언을 ‘친일 망언’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피해자도, 국민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지사 망언은 명분도, 실리도 없이 오로지 도민 자존심만 무너뜨렸다"고 꼬집었다.

부정적 여론에 사과한 김영환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자 김 지사는 결국 사과했다. 김 지사는 지난 16일 "이번 결단은 박정희 대통령 한일협정, 김대중 대통령 문화개방과 같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그런데도 친일파라는 민감한 표현을 써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도민께 걱정을 끼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사과하자 비판 여론은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찬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찬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이번 김 지사 페이스북 글 사태를 대하는 충북도민 마음은 복잡한 것 같다. '친일'단어 사용도 적절하지 않지만, 지나친 '반일 선동'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친일파는 ‘앞잡이’란 말을 상기시키며 국익에 해를 줄 수 있다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친일파가 되겠다’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김 지사 글 전체 내용에는 공감한다 해도 굳이 '친일'이란 민감한 단어를 사용했어야 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친일파 본색을 드러냈다”는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특정 문장만 쏙 빼서 김 지사를 친일파로 매도하는 것은 반일 감정에 기댄 정치적 공세로 비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은 무턱대고 반일 정서만 외치는 것에 별로 호응하지 않고 있다. 아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과거에만 매달려서도 곤란하다. 국가 이익을 위해 무엇이 도움될지 생각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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