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지구상 가장 싼 주식…인삼공사만 살 재벌도 많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3.21

한국에서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을 따라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던 이상현 플래시라이트캐피탈(FCP)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이라면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회사의 주가가 언젠가 튀어 오를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대표가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부정하는 근거는 바로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대주주나 경영진 등 누군가가 주가가 오르지 않게 꽉 잡고 있는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최근에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사외이사 선출 등입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 주총 안건으로는 오르지 못했지만, KGC인삼공사를 인적 분할한 뒤 상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다자산운용도 FCP와 비슷한 요구를 하며 KT&G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KT&G 입장에서는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6.6%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배당 확대와 한국인삼공사 분할 상장 등을 요구한 이후 다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맞이했습니다. 2006년에는 아이칸이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KT&G에서 손을 뗐습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공세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이 대표를 만나 KT&G에 대한 공격 이유와 투자 철학 등을 물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KT&G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동 기자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KT&G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동 기자

STEP1. 투자자 외면받는 ‘죄악주’…담배 회사 투자한 이유

담배 산업은 ‘죄악주’로 분류됩니다. 주류와 도박, 무기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이 불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KT&G를 투자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의 한국지사 대표로 있을 때부터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 둔 회사였습니다. 당시 제가 생각했던 테마가 상장사 중 KT와 포스코, KT&G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였습니다. 이 중 제일 좋은 사업 구조를 가진 게 KT&G라고 봤습니다.
사업 구조가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투자할 때 세 가지, 산업과 회사, 밸류에이션을 주로 봅니다. 사업이 좋다는 건 결국 회사가 하는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있고, 회사가 산업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담배업은 믿거나 말거나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담배 사업을 하는 곳은 4개 회사밖에 없습니다. 소비재 중에 경쟁사가 이렇게 적은 곳은 없습니다. KT&G의 경쟁력도 이미 검증된 상태입니다. 반면에 주가는 너무나 쌉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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