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19) 조조, 참수 대신 머리카락 잘라 군령을 세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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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회수 남쪽의 넓고 비옥한 땅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손책이 맡겨둔 옥새를 보며 점점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급기야 황제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자 주부(主簿) 염상이 말렸습니다.

황제를 참칭한 원술. [출처=예슝(葉雄) 화백]

황제를 참칭한 원술. [출처=예슝(葉雄) 화백]

아니 되옵니다. 옛날 주나라의 후직은 여러 대에 걸쳐 덕을 쌓고 공을 세웠으며 문왕(文王) 때에 이르러서는 천하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신하로서 복종하고 은나라를 섬겼습니다. 명공의 가문이 비록 대대로 존귀했다고는 하나 주나라처럼 왕성하지는 않았고, 한 왕실이 비록 쇠미하다고는 하나 은나라의 주왕(紂王)처럼 포악하지는 않습니다. 결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원술은 반대하는 자는 모조리 참수하겠다며 입을 막은 후 황제 자리에 올랐습니다. 연호를 중씨(仲氏)라 하고 풍방의 딸을 황후로 책립했습니다. 여포의 딸을 오게 해 동궁비로 삼으려고 했지만, 여포가 중매자로 나선 한윤을 잡아 허도로 보내서 조조가 죽였다는 것을 알고는 20여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서주로 쳐들어왔습니다.

여포는 대책회의를 열고 진등의 계략을 받아들여 원술의 부하인 한섬과 양봉이 여포와 내응토록 하는 한편, 유비에게도 구원을 청했습니다. 황제의 깃발을 나부끼며 진격해 온 원술이 여포를 꾸짖었습니다.

이 주인을 배반한 종놈아! 

화가 난 여포는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화극을 번쩍들고 적토마를 타고 내달렸습니다. 원술의 장수와 부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산 자들은 도망치느라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원술이 패잔군을 이끌고 허둥댈 때, 이번에는 관우가 길을 막았습니다.

반역자 놈아! 아직도 죽음의 벌을 받지 않겠느냐?

원술은 크게 패하고 회남으로 돌아갔습니다. 원술은 손책에게 군사를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책은 자기가 맡겨놓은 옥새로 황제를 참칭하는 대역부도한 놈이라며 거절했습니다. 둘이 맞붙으려는 때에 조조의 사자가 손책에게 왔습니다. 손책을 회계태수(會稽太守)에 제수하고 원술을 정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손책은 조조와 협공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17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유비, 여포 등과 함께 원술을 정벌하러 달려왔습니다.

원술은 전세가 불리하자 부하들에게 수춘성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몸을 피했습니다. 조조군의 군량이 바닥나기를 기다리는 지연 작전을 펴기로 한 것입니다. 전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흉년으로 군량미 마련도 쉽지 않았습니다. 조조는 손책에게 양곡 10만 섬을 빌렸지만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양곡 창고지기 왕후가 걱정하자 조조가 말했습니다.

작은 되(小斛)로 나눠줘 우선 급한 불을 끄면 될 것이다.

병사들이 원망하면 어찌하옵니까?

나에게 생각이 있다.

얼마 뒤 병사들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조조는 은밀하게 왕후를 불러 한 가지 물건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를 끌어내 단칼에 목을 베어버리고 군사들이 볼 수 있도록 방을 붙였습니다.

조조의 양곡 창고지기 왕후. [사진 바이두 백과]

조조의 양곡 창고지기 왕후. [사진 바이두 백과]

왕후가 일부러 작은 되로 나눠 주고 군량을 훔쳤으므로 삼가 군법에 따르노라.

이와 함께 영채의 장수들에게 명령을 내렸습니다. 사흘 안에 성을 함락하지 못하면 모두 참형에 처하겠다고 말입니다. 결국 조조군은 힘을 합쳐 성을 점령했습니다.

원술이 황제를 참칭한 것에 대해 모종강은 아래와 같이 평했습니다.

원술이 황제를 칭하자 천하가 일어나 함께 친다. 조조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것은 천자가 별것 아니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천하가 무서워 감히 못 하는 것뿐이다. 하물며 천자가 되어 좋다는 것은 천하의 권력을 쥐기 때문인데, 권력은 모두 자신이 쥐고 있으면서 명분은 모두 황제에게 돌렸으니 조조의 계획은 훌륭했다. 조조는 명칭은 사양하고 실리를 가졌는데, 원술은 실속도 없이 명칭만 고집했으니 어찌 교묘한 조조에 우둔한 원술이 아니겠는가.

조조가 원술을 뒤쫓아 뿌리를 뽑으려고 할 때, 장수가 다시 세력을 뻗쳐 남양(南陽)의 여러 현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조조는 허도로 돌아와 군세(軍勢)를 점검하고 반란을 일으킨 장수를 토벌하기 위해 출병했습니다. 이때는 보리를 수확할 때였습니다. 조조는 전군에 ‘보리를 밟는 자는 누구든 참수하겠다’는 군령을 내렸습니다. 군사들은 모두 조심해서 지나갔고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며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조의 말이 비둘기에 놀라 보리를 밟았습니다. 조조가 즉각 칼을 빼 자신의 목을 찌르려 하자 참모들이 말렸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자신의 두발(頭髮)을 잘라 참수를 대신했습니다. 이를 본 군사들은 군령을 엄수하며 무사히 보리밭을 지나갔습니다.

머리카락을 잘라 참수를 대신하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머리카락을 잘라 참수를 대신하는 조조. [출처=예슝(葉雄) 화백]

모종강은 이 부분에서 또 조조를 평하기를,

조조는 평생 빌려 쓰지 않은 것이 없다. 천자를 빌려 제후에게 명령했고 또한, 제후를 빌려 제후를 공격했다. 심지어 군사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남의 머리도 빌려 썼고, 군령을 펴기 위해서는 자기의 두발도 빌려 썼다. 빌리는 꾀는 갈수록 기이해지고 빌리는 기술은 갈수록 환상이다. 그야말로 천고에 제일가는 간사한 영웅이다.

조조는 남양으로 진군해 장수를 공격했습니다. 장수는 성을 지키며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조조는 성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서문과 북쪽에 장작과 풀단 등을 높이 쌓고 공격하라 했습니다. 장수의 참모인 가후는 이 광경을 보고 즉시 조조의 뜻을 간파했습니다. 그리고 조조의 계책을 역이용해서 공격하기로 했습니다. 조조가 찬탄했던 책사 가후. 그는 어떻게 조조의 계략을 알아채고 조조를 무찔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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