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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도 못 볼 지경" KTX-이음 '공포의 떨림'…진동장치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서 강릉, 동해를 오가는 KTX-이음은 진동이 심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사진 코레일

서울에서 강릉, 동해를 오가는 KTX-이음은 진동이 심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사진 코레일

 휴대전화 화면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흔들려 불안하다는 민원이 쏟아지는 준고속열차인 'KTX-이음'에 대해 전면적인 개선대책이 진행된다. 진동 관련 부품을 모두 교체하고, 바퀴도 다시 깎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KTX-이음의 진동현상에 대한 특별점검을 지난 6일부터 닷새간 실시한 결과, 열차 진동 완화 장치의 결함 탓으로 판단된다”며 “철도운영사인 코레일과 열차 납품사인 현대로템이 부품교체 등 개선작업을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단기적으로 차량 진동을 줄이기 위해 열차 바퀴를 다시 깎고, 차량의 좌우 흔들림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요댐퍼'를 교체한다. 또 근본적인 진동 개선을 위해 열차의 공기스프링도 바꾸기로 했다. 고무로 된 용기 안에 압축공기를 넣어 공기의 탄성을 이용하는 공기스프링은 열차 진동과 충격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EMU-260)'은 6량 한 편성으로 구성된 최고 시속 260㎞대의 준고속열차로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이 제작해 납품했다.

 기존 KTX나 KTX-산천처럼 맨 앞의 기관차가 객차를 끌고 가는 방식(동력집중식)이 아니라 별도의 기관차 없이 여러 객차 밑에 달린 모터를 가동해 달리는 동력분산식 열차로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도입하는 시속 300㎞대의 고속열차도 모두 동력분산식(EMU-320)으로 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이에 따라 최근 코레일과 SR(수서고속열차)은 구매 예정인 신규 고속열차를 모두 동력분산식으로 발주했다. EMU-320은 한 편성이 8량이다.

코레일은 KTX-이음의 진동을 줄이기 위해 바퀴 깎기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코레일

코레일은 KTX-이음의 진동을 줄이기 위해 바퀴 깎기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코레일

 KTX-이음은 2021년 1월 중앙선에서 첫선을 보였으며, 그해 7월부터는 KTX-산천을 대신해 강릉선에도 투입됐다. 현재 강릉선과 중앙선, 중부내륙 선 등에서 모두 19편성이 운영 중이다.

 그런데 개통 직후부터 소음과 함께 진동이 심하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국회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이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TX-이음이 첫 운행을 시작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코레일 객실 승무원이 ‘열차 진동’ 등 승차감 이상을 보고한 사례가 195건에 달했다. 특히 강릉선 구간에서 진동이 심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김계홍 국토부 철도운행안전과장은 “특별점검결과, 단기개선대책을 적용한 차량의 승차감 지수가 '보통' 수준에서 '안락함' 수준으로 개선되는 걸 확인했다”며 “주행 안전성은 진동에도 불구하고 미개선차량과 개선차량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참고로 국제철도협회(UIC)는 승차감 지수(국제기준)를 ▶1 미만(매우 안락함) ▶1~2(안락함) ▶2~4(보통) ▶4~5(안락하지 않음) ▶5 초과(매우 안락하지 않음)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요댐퍼 교체와 차륜 절삭 작업을 당초 6월에서 5월까지로 한 달 단축하고, 공기스프링 교체작업도 내년까지 완료하도록 코레일에 지시했다.

 또 근본적인 개선이 완료될 때까지 선로분기기가 많은 일부 역과 교량 등 10개소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해 운행 속도를 기존 시속 200㎞에서 170㎞로 줄여서 운행토록 했다. 상행은 일신·원덕·삼성터널·지평·덕소, 하행은 일신·원덕·횡성·옥천터널·양수철교가 대상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로템이 출고했거나 제작 중인 EMU-320은 상당 부분 KTX-이음의 설계와 제작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개선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느냐 여부에 따라서 EMU-320 제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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