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AT 2번 보는 이유있네, 삼성 공채의 치밀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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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연구] 어떻게 삼성맨 되나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고용 창출입니다. 제가 직접 챙기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꾸준히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발언을 해 왔다.

불황으로 채용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지난 8일 삼성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들어갔다. 최근 대기업들은 수시채용으로 바꾸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공채를 고집하는 이유를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제공하고, 국내 채용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삼성은 1957년 국내 기업 최초로 공채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인재를 꾸준히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를 냈다.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1~3위를 다투는 네이버의 이해진(GIO·글로벌투자책임자) 창업자와 카카오의 김범수(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창업자도 삼성SDS(당시 삼성데이터시스템) 1992년 공채 동기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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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1995년에는 삼성직무적성검사(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를 도입했다. ‘삼성 수능’이라는 별칭의 GSAT(지사트)는 “졸업장으로 기회의 차별을 두지 말고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이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만든 제도다. 전직 삼성 임원에 따르면 인맥을 동원해도 GSAT를 통과하지 못하면 소용없다고 한다.

10여 년 전부터 GSAT 기출문제 유형을 분석하거나 빨리 푸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 강좌가 생겨났다. GSAT 문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포털에서 ‘삼성 채용’을 검색하면 GSAT 집중분석 등의 상품 소개 사이트가 주르르 뜬다. 삼성전자의 한 신입사원은 “생각보다 많은 수험생이 유료 강좌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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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AT의 출제와 감독은 피플팀(인사팀)이 하며, 고득점자는 따로 연락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GSAT 문항 수는 2005년 300문항(210분), 2010년 160문항(140분), 2018년 110문항(115분)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2020년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시험이 되면서 수리 20문항, 추리 30문항(60분)으로 크게 줄었다. 앞으로도 온라인 GSAT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문제 구성은 사업부마다 다르다. 삼성전자 2~3년 차 직원들은 ‘조건추리’가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부분 조건을 알려주고, 전체 상황을 추리하는 문제다.

GSAT만큼 중요한 단계가 면접이다. 모바일·생활가전·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가 있는 세트(DX) 부문은 창의·인성·직무 면접을 본다. 대면 면접의 경우 지원자 1인 대 면접관 3~4인으로 진행된다. 창의·직무 면접은 부장급(CL4) 실무자가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인성 면접은 임원이 한다. 인성 면접과 직무 면접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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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면접의 7할은 임원 면접”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임원 면접이 사실상 당락을 가르는 단계로 통한다. 사업부 임원 3~4명이 지원자 1명을 평가하는데, 보통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의 질문이 많다고 한다. 전형에 참여하는 임원들은 “실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발하는 데 방점을 둔다”고 한다.

면접 사이사이 직무적합성 진단(인성검사)과 ‘약식 GSAT’도 치른다. 앞선 GSAT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관성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GSAT와 면접도 서류심사를 통과해야 볼 수 있다.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 작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 CL4급 직원은 서류심사와 관련해 “학벌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관련 직무에 대해 어떤 공부를 했는지, 그와 관련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삼성연구’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연재 시리즈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발행됩니다. '삼성연구'의 이번 순서는 올해도 공채로만 1만6000여명을 뽑는 삼성의 채용을 들여다 봅니다. '삼성 수능' GSAT는 왜 두 번 보는지, 응시자들의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관문은 무엇인지 등 삼성 밖에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던진 뒤 해답까지 구해 드립니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삼성, 이 국내 대표기업이 궁금하신가요? 더중앙플러스 '삼성연구'가 독자들을 대신해 삼성을 '연구'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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