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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권의 미래를 묻다

우리는 아직도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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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권 고등과학원 교수

박권 고등과학원 교수

비행기가 뜨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비밀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비행기가 뜨는 현상을 정밀하게 기술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 바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이다. 그런데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얼마나 어려운가 하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푸는 사람에게 100만 달러가 수여되는 상이 제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2000년 미국 클레이 수학 연구소(Clay Mathematics Institute)는 21세기 인류에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7가지 수학 문제, 이른바 ‘밀레니엄 문제’를 선정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이 3차원에서 해(解)를 가지는지 증명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고는 일반적으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풀 수 없다. 어떤 것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것을 당신의 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할머니에게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비행원리, 양력만으론 설명 불가
베르누이 원리와 뉴턴 법칙 얽혀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에 주목
설명 어려운 물리현상 아직 많아

 에어버스의 초대형 화물기 벨루가 두 대가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 블라냐크 공항을 뜨고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어버스의 초대형 화물기 벨루가 두 대가 프랑스 남서부 툴루즈 블라냐크 공항을 뜨고 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선, 베르누이 원리가 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유체가 빠르게 흐르면 압력이 낮아진다. 베르누이 원리를 이용해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은 일반적으로 윗면이 동그랗고 아랫면이 평평하다. 비행기가 앞으로 빠르게 움직이면 비행기 날개를 부딪힌 바람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갈라져 각각 비행기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을 따라 흐른 후 날개 끝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동그란 윗면을 따라 흐른 바람은 평평한 아랫면을 따라 흐른 바람에 비해 동일한 시간 내에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고 따라서 속도가 더 빠르다. 이제 베르누이 원리에 의하면 날개의 위쪽은 아래쪽보다 압력이 낮아진다. 비행기는 이 압력 차이에 의해서 공중으로 뜨게 된다. 아름답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설명은 완전하지 않다. 비행기는 위아래가 뒤집어져도 날 수 있다. 만약 이 설명이 맞는다면 위아래가 뒤집힌 비행기는 가라앉아야 한다.

다른 설명은 뉴턴의 제3법칙을 이용한다. 뉴턴의 제3 법칙에 따르면,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뉴턴의 제3법칙을 이용해 비행기가 뜨는 원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비행기가 날 때 일반적으로 비행기 날개는 앞부분이 위쪽으로 약간 들려 있다. 이때 비행기 날개에 부딪힌 공기는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간다. 이것은 비행기 날개가 공기에 미치는 작용이다. 이제 뉴턴의 제3법칙에 의하면 공기가 비행기 날개를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반작용이 존재한다. 이 설명은 위아래가 뒤집힌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 날개의 위쪽과 아래쪽 사이에는 실제로 바람의 속도 차이와 압력 차이가 존재한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행기가 뜨는 진정한 원리는 베르누이 원리와 뉴턴의 제3법칙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베르누이 원리와 뉴턴의 제3법칙은 서로 물고 물리며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 이 복잡한 상황은 필자가 대학생 시절 물리학과 친구들과 벌였던 열띤 논쟁 하나를 생각나게 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베르누이 원리를 막 배운 때로 기억한다. 그때 한 친구가 베르누이 원리에 의하면 움직이는 버스의 창문에서 바람은 항상 밖으로 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버스 밖의 공기는 안의 공기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렇다면 베르누이 원리에 따라서 버스 밖의 압력이 낮아지고 바람은 버스 밖으로 불어야 한다. 그럴싸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우리는 흔히 버스 안으로 바람이 부는 것을 경험한다. 게다가 버스 밖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버스 안의 공기는 밖의 공기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럼 정반대로 바람은 버스 안으로 불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베르누이 원리는 공기의 흐름이 시간에 따라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만 유효하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버스 밖 공기의 흐름은 일정하다. 따라서 베르누이 원리는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유효하다. 즉, 바람은 버스 밖으로 불어야 한다. 좋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바람은 버스 안으로도 분다. 그 이유는 공기의 흐름이 완전히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듯이, 버스의 창문에서 바람의 방향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버스의 창문에서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 그리고 비행기가 어떻게 뜨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을 푸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버스의 창문에서 부는 바람과 비행기가 뜨는 놀라움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이 물리학자나 수학자라면 심지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도 사랑할 수 있다. 비슷하게, 우리는 기계학습을 이해하지 못해도 인공지능이 여는 새로운 미래를 사랑할 수 있으며,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해도 양자컴퓨터의 경이로운 계산 능력을 사랑할 수 있다.

박권 고등과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