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이 뜬금없는 질문에 늘 인도의 타지마할을 꼽는다. 무굴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황비의 죽음을 애도하며 건설한 묘당 건물이다. 묘당 건설에 국가 재정을 탕진해서 아들의 반란으로 폐위당한 이야기가 더 유명한 사연이다. 그러나 그는 제국을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만들었고, 폐위 시에 인도 중앙은행에 막대한 잔고를 남겼다니 재정 파탄은 반란의 명분에 가까웠다.
이슬람 침략자들은 인도 각지에 크고 작은 술탄왕국들을 세웠고, 16세기에 들어 무굴제국이 이들을 통일했다. 무굴의 황제는 여러 출신의 왕비들과 정략 결혼해 제국의 통치술로 삼았으나 배다른 자식들의 후계 문제는 늘 내란의 원인이었다. 샤 자한 역시 부친 악바르에게 반란을 일으켜 즉위한 인물이다. 여러 황비 중 오직 제3비 뭄타즈 마할을 총애했고 그와 함께할 음택으로 타지마할을 건축하게 된다. 뭄타즈의 죽음 후에는 암군이 되어 강제 퇴위 뒤 이 건물 건너편의 아그라 포트에 구금된 채 최후를 맞았다.
정문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은 완벽한 비례로 이루어진 건축적 조각품이다. 그림 같은 본당의 실루엣을 4개의 첨탑이 투명한 벽으로 감싸는 것 같다. 이 첨탑들은 본래 모스크에만 세울 수 있었으나 여기서는 오로지 조형적 요소로 쓰였다. 긴 수로를 따라 진입하면 건물 재료인 우윳빛 대리석의 화사함에 눈이 부시고, 양파 돔과 아치형 벽감에 떨어지는 음영 때문에 확연한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 건물의 거대함과 입체의 섬세함이 동시에 각인된다.
건물에 도달하면 색 대리석을 새겨 넣은 장식 문양들에 감탄하게 된다. 기하학적 식물 문양과 쿠란 구절의 서예들이다. 원래는 갖은 보석으로 벽면을 치장했다니, 지금의 정교함에 화려함까지 더했던 건물이다. 뭄타즈도 이처럼 아름다웠을까? 보는 거리에 따라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명작이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