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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PF 부실 저축은행이 뇌관?…“유동성 비율 안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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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사 중인 서울의 한 재건축단지. [뉴시스]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에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공사 중인 서울의 한 재건축단지. [뉴시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대형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흔들리면서 전 세계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량의 투자 손실에 휘청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은 대출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 와 당장 위험이 가시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약한 고리’는 있다. 전문가가 지목하는 가장 큰 잠재 위험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 제2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해외발 금융 불안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 잠재 위험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일단 국내 금융회사는 은행과 비은행권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자본비율과 유동성 비율도 양호하고 수익성도 괜찮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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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다만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이 심화할 경우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 호황에 일부 금융회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늘려 왔는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며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0조7000억원이다. 2020년 말(6조9000억원) 대비 3조8000억원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고위험 PF 사업장 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29.4%로 다른 업권 대비 높다. 이 비중은 은행이 7.9%며 여신 전문 금융회사는 11%, 보험사와 증권사는 각각 17.4%, 24.2%다.

금융권 PF 대출 및 연체 잔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금융감독원]

금융권 PF 대출 및 연체 잔액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8%로, 2021년 말(1.2%)에 비해 크게 올랐다. 증권사(8.16%)를 뺀 다른 업권에 비해 높다. 증권사의 경우 PF 대출 규모 자체가 작아 사업장 1~2곳만 부실이 발생해도 연체 비율이 크게 오르는 착시가 있는 만큼 아직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불안에 자금 경색과 경제 침체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PF에 주로 투자한 저축은행에서 문제가 터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감독 규정에서 정한 100%를 77.1%포인트 초과했다”며 “안정적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어 예금 인출 등 유동성 수요에 충분해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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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며 저축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 전체에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위험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 7만5359호로 2012년 11월(7만6319호)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집계한 비은행권 부동산 PF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원 규모로 2018년 말(94조5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연구원은 부동산 PF 위험 노출액은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을 합산한 것으로 지난해 말까지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상승도 위험 신호다. 시중은행 연체율도 오름세다. 지난 1월 말 현재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은 0.31%로 한 달 전(0.25%)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에 경기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대출이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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