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3/20/034f2e36-4473-4fa7-a712-c97dc80b5295.jpg)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모호한 해명이 궁금증 더 키운 측면
야당도 외교를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일 정상회담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끝났지만 일본과 한국 정치권 및 외교가 일각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개운치 않은 뒷맛의 원인은 일본 측이 제공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하라 세이지 내각 관방 부장관은 지난 16일 정상회담 직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착실한 이행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독도 문제와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레이더 조준 문제도 거론했다는 것이다.
2015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했지만, 이후 이 합의에 비판적인 문재인 정부에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면서 위안부 해법은 진전이 없었다. 외무상 시절 위안부 협상을 주도했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위안부 합의를 되살리자고 줄곧 촉구해 왔다.
우선 일본 언론의 보도 경위가 석연찮다. 일본 측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독도는 물론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일본 측이 의제에도 오르지 않은 민감한 역사·영토 문제를 일방적으로 거론한 뒤 내부 정치를 위해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이나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모호한 해명은 궁금증 해소보다 의구심을 더 키웠다. 처음엔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정상 간 대화를 다 공개할 수는 없다’로 바뀌었다. 민감한 회담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더라도 억측이 사실로 둔갑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언론 플레이 성격이 다분한 보도를 근거로 우리 야당이 정상회담을 친일 행위로 몰아가는 것도 과도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징용 피해자를 제물 삼아 대한민국을 일본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는 망국적 야합”이라고 비판했지만, 한·일 문제를 지금껏 방치한 정당이 할 말인지는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국익과 직결된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행위는 일본도 한국도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소모적 정쟁에 몰두하기보다 북한의 도발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주시해야 한다. 정상회담 당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행위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20일(현지시간) 열린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박3일 일정으로 오늘 러시아를 방문한다. 안보리에서 북한을 두둔해 온 중·러의 밀착은 한·일 관계 정상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한다.
정상회담 한 번으로 해묵은 현안을 모두 풀 수는 없다. 외교·안보 당국은 적극적인 설명으로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주되 어렵사리 거둔 성과와 모멘텀을 살려 나가야 한다. ‘셔틀 외교’가 복원됐으니 일본 총리의 답방 등 앞으로 있을 외교 무대를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