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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방대 파격 지원, 대학 구조개혁의 신호탄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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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글로컬 대학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글로컬 대학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글로컬 대학’ 육성 위해 1000억씩 30개 대학 지원

쇠락 도시 스타트업 요람으로 키운 말뫼대가 모델

엊그제 교육부가 지방대 30곳을 뽑아 1000억원씩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대학 지원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글로컬 대학’을 키워 지방대와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겠다는 게 목표다. 올해 10곳을 선정하고 매년 5곳을 추가해 2027년까지 30개 대학을 지원한다.

선정 방식도 파격적이다. 충원율·취업률 등 주요 평가지표였던 정량적 요소는 빼고 서면·대면 심사로 정성평가만 한다. 혁신성(60점)과 성과관리(20점), 지역적 특성(20점)을 본다. 대학 내외 경계 허물기, 과감한 혁신 체계 도입 등을 기획안에 포함시켜 혁신 여부를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글로컬 대학’은 지방 소멸에 대한 혁신적 대책으로 주목된다. 조선업으로 유명했던 스웨덴의 도시 말뫼가 쇠락했다가 재탄생한 것은 말뫼대학의 공이 컸다. 말뫼는 창의성을 갖춘 우수 인재를 양성해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가 됐다. 파격적 지원과 대학 자율성을 바탕으로 교육혁신을 이끌어냈다.

관건은 공정한 심사와 꼼꼼한 성과관리다. 성과가 미흡할 경우 지원을 중단하거나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안이 담겨 있어 예산이 허투루 쓰일 가능성을 줄이긴 했다. 다만 기계적인 지역 안배와 정치적 입김으로 인한 나눠주기식 예산 지원이 되지 않게 평가 시스템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며, 혁신적인 목표를 내세운 대학을 뽑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 수요에 맞춰 학과 구조를 개편한 독일 미텔슈탄트대, 학부생 전원을 무학과 단일계열로 선발하는 미국 브라운대처럼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델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표현처럼 ‘퀀텀 리프(Quantum Leap·과감한 도약)’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학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20년 후에는 현재 대학의 최대 70~80%까지 문 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폐교 도미노는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가능성 있는 대학은 경쟁력 있는 학과 중심으로 통폐합하고, 폐교를 원하는 곳은 퇴로를 택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에 계류 중인 ‘사립대 구조개선지원법’ 논의가 시급하다. 문 닫는 대학이 사회복지기관·의료시설 등으로 전환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 방법 외에는 다수의 지방대와 지역경제가 살아남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 구조조정의 방향을 하루 빨리 정부가 제시하고 대학이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 본질적인 대학 구조조정 없이 ‘글로컬 대학’만 키우는 것으론 지방대와 지역경제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와 대학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