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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의결자문사 가세로, 이번 주총 표 대결 치열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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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CEO 후보가 없다면 주주 가치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앞서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도 윤 후보의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글로벌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ISS는 최근 검찰에 구현모 현 대표와 윤 후보를 고발한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의 주장도 보고서에서 다뤘다. 현대차가 구 대표의 형이 설립한 에어플러그를 인수할 당시 KT와 구 대표, 윤 후보가 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지분 10.13%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구 대표의 연임 등을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열리는 KT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상장회사의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자문사가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달 열리는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보고서를 통해 KISCO홀딩스와 BYC, JB금융지주 등에 대한 주주제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충분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다만 KT&G와 남양유업 2곳에만 ‘일부 찬성’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는 KISCO홀딩스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감사 선임 등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에 보통주 현금배당 900원과 사외이사 선임을 주주 제안했다.

FCP·안다자산운용은 KT&G에 보통주 현금배당 각각 1만원, 7867원과 각기 다른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내부거래 공정성 의혹 해소와 사외이사 선임,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현금배당 보통주 2만원, 자사주 매입, 감사 선임 등을 요구한 상황이다.

글래스루이스도 KISCO홀딩스를 제외한 KT&G, JB금융지주 등 나머지 회사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KISCO홀딩스와 KT&G에 대해서는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이 갈렸다. ISS는 KISCO홀딩스 주주 제안에 전부 반대했다.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회사가 운전 자본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 주주 제안한 자사주 매입 금액이 합리적”이라면서 “이사회가 회사의 자본 배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선임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찬성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펀드의 한국 비중이 높지 않다 보니 한국 관련 인력이 적어, 주주제안 등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지 않거나 사측이 ‘수정하겠다’고 하면 사측 제안에 힘을 싣는 경우가 많아 행동주의 펀드에 반대하는 경향도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의 결정은 외국계 기관의 표심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을 커버하는 의결권자문사가 ISS와 글라스루이스 두 곳밖에 없다”며 “해외 펀드의 경우 해당 권고에 반대하기 위한 내부 절차가 복잡한 데다가, 주총 기간이라는 시간적 제한 때문에 그대로 따르거나 기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관도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데다 국내 자문사 의견을 받고 자체적으로 분석한 뒤 입장을 정하는 등 외국계 기관의 영향력은 전보다 줄었다”며 “주총에서 진검승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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