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약한 고리’로 꼽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파산한 은행과 거래한 다른 은행에 ‘신용 리스크(위험)’가 번질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수협·축협 같은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내년 말부턴 상호금융권 유동성 비율을 저축은행 수준인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상호금융권은 유동성 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 건전성 관리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당국이 상호금융권 예금에 대한 수시 점검에 나선 이유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유동성 비율(지난해 말 177.1%)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2금융권 특성상 작은 위험에도 뱅크런(자금 인출)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한국은행은 현재 70%인 은행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2025년 8월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한 은행의 부실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조치다.
현재 국내 은행 간 소액자금 이체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거래 다음 날 오전 11시에 한은이 각 은행 간 줄 돈, 받을 돈을 따져 차액을 정산해주는 구조다. 한은은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각 은행으로부터 차액결제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국채·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을 담보로 받아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기준 52조2000억원 규모다.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10여 년 전 30% 수준이던 담보 비율을 계속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