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8개 주와 스웨덴·호주·체코 등이 최근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부 주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대형 배터리 기업들을 이미 유치했지만, 규모가 작은 협력사까지 추가로 와야 산업 생태계가 왕성하게 유지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인터배터리 2023’ 행사에 미국 8개 주와 스웨덴·호주·체코가 각각 부스를 차려 유치전을 벌였다. 각 국가는 ‘법인세 0%’ ‘전력 접근성 1위’라고 한글로 쓰인 홍보물을 큼지막하게 붙여 놓고 한국 기업에 홍보전을 펼쳤다.
일부 부스에는 한국 중견 기업 관계자들이 몰려 명함이 백여장 이상 쌓였다. 총 477개 국내외 배터리 기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전년보다 약 150% 많은 6만여 명이 방문했다. 해외 기업 관계자들도 2000여 명이 찾았다.
미국 8개 주는 자동차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동부에 위치한 주가 많이 참여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관계자는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등 우수한 학교가 많아 유능한 인재를 찾기 쉽고,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해 습기가 많은 기후보다 제조업 공장이 돌아가기에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조지아주는 규모가 큰 한인 커뮤니티를 장점으로 꼽았다. 주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한인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인천과 애틀랜타 직항이 일주일에 10번 있어 한국과 오가기도 쉽다”고 전했다. 유일한 서부 쪽 주인 애리조나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공장들과 가깝다는 점을 부각했다. 애리조나에서 온 라인 루이즈는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TSMC가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한국 기업들이 테슬라와도 가깝고 정보통신(IT) 산업이 발달한 애리조나로 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낮은 세금을 특징으로 꼽았다. 오하이오주는 법인세 0%를 부각한 홍보물을 벽에 붙였고, 노스캐롤라이나주는 “2030년에 법인세가 0%로 낮아지는데 주 재정이 탄탄하다는 증거”라고 소개했다.
미국뿐 아니라 스웨덴·호주·체코도 따로 부스를 만들었다. 스웨덴에서는 “세계적인 스웨덴 업체 볼보에서 자동차와 트럭 제품의 전동화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같은 다른 유럽 업체와도 교류하기 쉽다”고 안내했다. 호주는 친환경적인 배터리 원료 공급을, 체코는 풍부한 노동력을 장점으로 각각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