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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통신의 미래는…주도권 전쟁 치열했던 MWC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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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프랑스 속담이 있다. 해 질 무렵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친근한 개인지, 사나운 늑대인지 분간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지난 2월 개최된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는 이를 연상케 하는 행사였다. 디지털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누가 도움이 될지, 위협이 될지 분간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이번 MWC에서는 이해관계가 다른 진영 간의 다양한 경쟁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우리는 5G를 넘어 6G를 향해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 데 반해, 5G 보급이 본격 확대되는 시장을 반영하듯 5G와 5.5G(5G-Advanced) 장비가 주류를 이루었다. 망 이용을 두고서는 기조연설·세미나를 통해 통신사와 콘텐트사업자 간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됐다. 통신 장비를 둘러싼 기존 강자와 새로 진입하려는 자 간의 ‘수 싸움’도 주목할 만했다. 또한 삼성·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 내수시장에서 체력을 다진 화웨이·샤오미 같은 중국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점도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한 가지를 뽑는다면 통신 장비 분야에서의 치열한 각축전이었다. 화웨이·ZTE 등 독점력을 확보한 중국 기업은 최신 네트워크 장비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5G 하드웨어(HW) 장비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은 이를 발전시킨 5.5G를 주력으로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인텔·퀄컴 등 미국 기업은 장비 기능을 소프트웨어(SW)로 구현하는 vRAN(가상화 기지국)을 부각시키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SW에 강점이 있는 미국이 HW에 얽매이지 않고 SW를 통해 네트워크 성능을 향상하는 쪽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간의 경쟁 구도에서 우리에게는 HW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SW 기조에도 대비해야 하는 혜안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이번 MWC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통신-콘텐트, HW-SW와 같은 진영 간 대결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평화지대에 있는 스타트업을 끌어안으려는 양상이었다. 스타트업에게 비즈니스 컨설팅, 간담회, 공동 전시 등을 지원하며 자기 진영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지금은 5G에 이어 6G를 준비해 나가는 단계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디지털 미래를 주도하기 위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위협요소는 최소화하는 현명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더해 스타트업이 견실한 생태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이끌고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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