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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우리의 무관심도 문제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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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차별’은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에 대해 학생들이 소송 건 사건을 그린다. [사진 디오시네마]

‘차별’은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에 대해 학생들이 소송 건 사건을 그린다. [사진 디오시네마]

“조선학교가 일본의 고교 무상화에서 배제된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사상·이념을 떠나 인권, 교육받을 권리의 침해입니다.”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차별’(22일 개봉)을 만든 김지운(49) 감독의 말이다. 지난 9일 시사 및 간담회에 공동 연출 김도희(43) 감독과 함께 한 김지운 감독은 일본 정부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한국사회가 재일조선인에 무관심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9년 규슈 1심 판결 당시. [사진 디오시네마]

2019년 규슈 1심 판결 당시. [사진 디오시네마]

‘차별’은 부산에서 독립제작사를 차려 재일조선인·고려인 등 해외동포를 주로 취재해온 두 감독이 첫 장편 ‘항로-제주, 조선, 오사카’에 이어 재일조선인을 두 번째로 조명한 작품이다. 일본 내 해묵은 재일조선인 차별을 2010년부터 일본에서 실시된 고교 수업료 무상화 제도를 중심으로 다뤘다. 당시 무상화 대상에 현지 고교는 물론 외국인 학교까지 포함됐지만, 조총련계 조선학교들만 제외되자,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건이다.

아이치·오사카·히로시마·후쿠오카·도쿄의 5개 조선학교 학생들이 원고가 되어 일본 현지 변호사들, 시민단체와 함께 재판에 뛰어든다. 2017년 오사카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이듬해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뒤 2021년 모든 지역 최종심에서 패소했다. ‘차별’은 2019년 규슈 조선학교 소송까지 2년여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김지운

김지운

조선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건너간 조선인들이 해방 후 세운 국어강습소를 모태로, 폐교령 시기를 딛고 70년 이상 명맥을 이어왔다. 김지운 감독은 “외할아버지 6형제가 일제 때 오사카에 20년 동안 살다 1946년께 귀국하셔서, 외삼촌으로부터 재일동포가 차별받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면서 “재일동포의 고충이 먼 얘기 같지 않아 기록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일본 내 차별은 더 거세졌다”고 했다.

영화 출연진 가운데 조선학교 출신 배우 강하나는 한국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에서 일본군에 끌려간 14살 소녀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우리(한국말) 이름’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인이라고, 김치 냄새 난다고 차별당한 친구들도 있다”며 “차별받지 않으려고 일본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김도희

김도희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단체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를 반대하는 연락회’ 사노 미치오 공동 대표(전 도쿄쥰신대학교수)는 “‘스미마셍(すみません, 미안합니다)’이란 말은 많이 했지만 실제 사죄한 것이 없다”며 “일본이 조선 식민지 지배를 한 것이 지금까지 여러 차별의 근본 원인”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말미 조선학교 학생이 인터뷰에서 북한을 ‘우리나라’로, 한국은 ‘고향’으로 표현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바로 그 말이 조선학교 친구들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한을 지지하면 차별이 부당하고 북한을 지지하면 차별받는 게 정당한가 하는 문제를 영화를 보시면서 고민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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