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1일에 나 체포된다, 저항하라” 또 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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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성추문 무마를 위해 입막음용 돈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신이 곧 체포될 것이라며 지지층에 행동을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가장 선두를 달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전직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화요일(21일) 체포될 것”이라며 “저항하라! 우리나라를 되찾자!”라고 썼다. 대선 패배 직후인 2021년 1월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의회 폭동을 부추긴 선동적 메시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포르노 배우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회삿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의 수사를 받아 왔다. 맨해튼지검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배심에서 증언할 것을 제안하면서 형사 기소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체포 시점을 알고 글을 쓴 것은 아니라는 성명을 냈지만, 정통한 소식통은 “보좌진이 21일 즈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해 트럼프에게 전달했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종자들을 향해 정치적 행동을 촉구하고 나선 건 지지층을 결집해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조지타운대 로스쿨 민주주의수호센터의 메리 맥코드 센터장은 “트럼프가 폭력에 가담할 수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이 열성 지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정치적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페이스북·유튜브 접근이 차단됐다가 최근 계정에 복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내가 돌아왔다!”고 쓰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정부 예산을 정치적 동기가 있는 기소에 쓰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NYT는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을 은밀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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