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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회담 성과와 과제…'관계 회복'에도 '국내 반발'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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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일단락됐다. 양 정상은 향후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은 정상회담 직후 일본 도쿄 긴자의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갖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가 일단락됐다. 양 정상은 향후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은 정상회담 직후 일본 도쿄 긴자의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갖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기간을 포함해 지난 1년간 공들였던 한·일 관계 정상화가 일단락됐다. 지난 16일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복원에 합의하고, 4년간 이어졌던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상태를 해소하기로 하면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주도적이고 대승적 결단’은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한 양자 갈등 사안을 해소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내 일각의 반발이란 과제를 낳았다. 당장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안’과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정치권에의 갈등 사안으로 쟁점화했다.

①강제징용 ‘아쉬운 매듭’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제3자 변제안을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공식 발표했다.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제3자 변제안을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으로 공식 발표했다. 뉴스1

지난 6일 징용 해법 발표 이후 한·일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열흘간 한·일 외교당국은 일본의 추가적인 사죄 표명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정부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담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언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은 물론 한·일 관계 전문가들과 학계에서도 각 채널을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데 동참했다. 제3자 변제 과정에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의 추가 사죄 표명마저 무산된다면 한국 국내 여론과 피해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일본의 “일관된 입장”은 완고했다. 징용 해법 도출 과정의 핵심 쟁점이었던 ▶피고 기업 배상 참여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에 대해선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으로 사죄 표명을 대신했다. 일본 입장에선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5년간 한·일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문제를 “학수고대하던 해법”(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18일 YTN 인터뷰)으로 매듭짓게 된 셈이다.

②‘대승적 결단’의 반작용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사과 문제와 관련 지난 18일 KBS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사죄를 받는 게 능사가 아니고, 일본이 이제까지 했던 것을 일관되고 충실하게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김성주·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의 경우 문제 해결의 선결 조건으로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와 일본의 사죄 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해법 및 한일정상회담을 규탄하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공동취재단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이 모든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이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은 채 일단락되면서 국내에선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를 비판하는 집회·시위가 이어졌다.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정부가)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고 비판했고, 이정미 대표는 “정부는 일본 정부에 현찰을 고스란히 갖다 바치고 (일본 측은) 지급일도 모르는 어음, 공수표를 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판을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맞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민주당이 여전히 구한말식 '죽창가'를 외치며 '수구꼴통' 같은 반일 선동질에 매달리고 있으니 그저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③수면 오른 ‘위안부 합의’ 이행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언급됐는지를 놓고도 논란이 증폭됐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이행은 이번 회담의 의제는 아니었다. 실무 조율 과정에서도 한·일 양측이 입장을 주고받지 않았다. 박진 장관 역시 지난 18일 “위안부 문제는 의제로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15년 당시 외무상 자격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15년 당시 외무상 자격으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다만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을 높이 평가하며 또 다른 과거사 문제이자 2015년 한·일 양국이 도출한 위안부 합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부 외교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의 위안부 합의 언급은 한국 측에 추가적 조치를 요구하는 발언이 아니라 양국 공식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발언”이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위안부 합의를 공식 합의로 인정한 만큼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입장 자체는 한·일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2015년 당시 일본 외무상 자격으로 위안부 합의 도출 과정을 실무 총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합의 3년만인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결정했다. 재단의 해산으로 일본이 합의에 따라 출연한 10억엔(약 103억원) 중 56억원이 위안부 기념사업 등에 사용되지 못한 채 잔금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④걸림돌 없어진 ‘한·미·일 공조’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6~17일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6~17일 일본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에는 한층 강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3국 공조의 핵심 장애물로 여겨졌던 한·일 갈등 국면이 해소됨에 따라 공급망 협력을 비롯한 경제·외교·안보 영역의 협력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실제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외교·안보·국방·경제·통상 등 각 분야의 협력 채널을 복원·신설키로 했다. ▶경제안보대화(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경제안보 협력 채널) ▶경제분야 장관급 협력채널 ▶외교차관급 전략대화 ▶안보정책협의회(외교·국방 국장급 협의) 등이다.

향후 3국 공조 범위는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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