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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사태 ‘강건너 불’ 아냐...은행 차액결제 담보율 100%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슬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점 출입구 앞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슬리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지점 출입구 앞에서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한국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약한 고리’로 꼽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파산한 은행과 거래한 다른 은행에 ‘신용 리스크(위험)’가 번질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이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수협·축협 같은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 동향을 수시로 점검하기로 했다. 내년 말부턴 상호금융권 유동성 비율을 저축은행 수준인 10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유동성 비율은 3개월 안에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 자산을 만기 3개월 이내 유동 부채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예금(수신)이 급하게 빠져나가더라도 이를 메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풍부한지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상호금융권은 유동성 비율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어 건전성 관리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관련 규정 개정으로 상호금융권도 저축은행처럼 유동성 비율 100% 규제를 받을 예정이지만 적용은 내년 말부터다. 아직 의무 사항은 아니다. 당국이 상호금융권 예금에 대한 수시 점검에 나선 이유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유동성 비율(지난해 말 177.1%)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안심하기 이르다. 2금융권 특성상 작은 위험에도 뱅크런(자금 인출)으로 인한 부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편 한국은행은 현재 70%인 은행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2025년 8월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한 은행의 부실이 다른 곳으로 빠르게 전염되는 사태를 예방하는 조치다.

현재 국내 은행 간 소액자금이체는 차액결제 방식으로 이뤄진다. 거래 다음 날 오전 11시에 한은이 각 은행 간 줄 돈, 받을 돈을 따져 차액을 정산해주는 구조다. 이때 각 금융기관이 차액결제에 앞서 미리 돈을 지급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신용 리스크’가 발생한다. 확률은 낮지만, SVB처럼 특정 은행이 하루 이틀 안에 파산하면, 파산 은행을 상대로 거래한 은행들은 다음날 차액을 정산받을 수 없게 된다. 파산 위험이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각 은행으로부터 차액결제 규모의 70%에 해당하는 국채ㆍ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을 담보로 받아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기준 52조2000억원 규모다.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10여 년 전 30% 수준이던 담보 비율을 계속 높여왔다. 지난 2월 80%로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돈줄이 막히자 유동성 공급을 위해 6개월 동안 인상을 유예했다.

오는 5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담보 비율 인상을 또 미룰지, 80%로 올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인상 유예가 종료되면 은행들은 8월까지 차액결제 이행용 담보증권 비율을 80%로 높여야 한다. 한은은 2025년 8월까지 이 비율을 10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당시 자금시장 상황 등을 살펴야겠지만 SVB가 36시간 만에 파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비율 인상을 계속 미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런 신용 리스크를 아예 없앨 수 있는 실시간 총액결제(RTGS) 시스템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 간 최종 자금결제가 건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국내에 RTGS 시스템을 도입하면 차액결제용 담보증권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오는 7월 RTGS 방식인 ‘페드나우(FedNow)’를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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