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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대비 140%, 북·중교역 이례적 폭증…식량난에 곡물 사들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9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화물열차가 압록강철교인 중조우의교를 건너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과 중국 간 교역액이 지난 1월과 2월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중국산 곡물 수입량을 크게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가 1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북·중 간 공식 무역액은 3억 2740만 달러(약 428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억3625만 달러(약 1784억원)와 비교하면 140%나 증가했다. 이 기간 북한의 대중국 수입·수출액은 각각 3억52만 달러(약 3935억원), 2688만 달러(약 352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북·중 국경을 봉쇄하기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했던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 간 화물트럭 통행이 재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간 교역액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은 지난해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1월엔 북동부 나선특별시와 지린성 훈춘(琿春)시 취안허(圈河) 세관 간의 트럭 통행을 2년여 만에 시작했지만, 정상화까진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북한이 코로나19 비상방역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데다 양국 간 화물열차·트럭 운행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티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1년 5월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취안허 (圈河) 세관앞에서 함경북도 은덕군 원정리로 건너가기 위해 훈춘창리해운물류유한회사 소속 덤프트럭들이 아스팔트와 스티로폼 등을 싣고 세관으로부터 통행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포토

전문가들 사이에선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북한 당국이 식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중 교역액이 급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부터 단립종보다 싸고 찰기는 적은 장립종 쌀을 비롯한 중국산 곡물의 수입을 크게 늘렸다. 지난 1월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선박이 중국 항구에서 식량 포대로 보이는 하얀색 물체를 선적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곡물 수입을 늘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민생을 뒤로하고 미사일 도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북한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농총진흥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식량 작물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풍작을 기록했던 2021년(469만톤)에 비해 3.8%(18만톤)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농번기를 앞두고 비료와 같은 농사 준비에 필요한 필수소비재의 수입을 늘린 탓도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춘궁기에 들어가는 3월 북·중 교역 품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2021년 3월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히며 보도한 사진. 당시 이 미사일은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3월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히며 보도한 사진. 당시 이 미사일은 1월 8차 노동당 대회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됐다. 연합뉴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19일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1시 05분경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탄도미사일은 800여 km 비행 후 동해 상에 탄착했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이후 사흘만으로, 지난 13일에 시작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은 물론 한·미·일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일 소집하는 '북한의 비확산 문제에 관한 공개회의'에 대한 반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는 이날 최근 열린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관련 비공식 협의와 관련해 미국과 유엔을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성명에서 "미국의 비열한 '인권' 압박 소동을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로, 엄중한 도전으로 락인하면서 단호히 규탄배격한다"며 "미국은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유엔무대에서 너절한 대조선 '인권' 음모판을 벌려놓음으로써 저들의 '인권' 책동이 다름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침략의 길잡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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