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터너 역전 그랜드슬램… 미국 WBC 준결승행 막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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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트레이 터너. AP=연합뉴스

미국이 WBC 4강행 막차를 탔다.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가 8회 말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다.

미국은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9-7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대회 우승팀 미국은 2연패를 향해 한 발 가까이 갔다.

미국은 마이크 트라우트(LA 에인절스)와 무키 베츠(LA 다저스),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타자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하지만 맥스 슈어저,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저스틴 벌랜더 등 특급 투수들은 시즌 준비를 위해 불참했다. 결국 조별리그에선 푸에르토리코에게 밀려 D조 2위(3승 1패)로 8강에 올랐다. 그 결과 도미니카공화국을 제치고 C조 1위로 올라선 베네수엘라를 만났다.

미국은 1회 초 대량득점했다. 베츠와 트라우트의 연속 안타 이후 상대 실책을 틈타 선제점을 올렸다. 이어 골드슈미트가 적시타를 터트렸고, 놀런 에러나도(세인트루이스)와 카일 터커(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연속 안타까지 나오면서 베네수엘라 선발 마틴 페레스(텍사스 레인저스)를 무너뜨렸다.

베네수엘라 역시 타선의 힘이 뛰어나다. 1회 말부터 입증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의 안타 이후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미네소타 트윈스)가 미국 선발 랜스 린(시카고 화이트삭스)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쳤다.

4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미국 선수들, EPA=연합뉴스

미국은 4회 1사 1, 3루에서 베츠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달아난 데 이어 5회 터커가 루이스 가르시아(휴스턴)에게 솔로포를 때려 5-2로 달아났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단번에 경기를 뒤집었다. 5회 말 미국 두 번째 투수 대니얼 바드(콜로라도 로키스)가 제구 난조를 보였다. 글레이버 토레스(뉴욕 양키스)의 볼넷과 안드레스 히메네스(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내야 안타, 알투베의 몸맞는공으로 무사 만루가 됐고, 와일드피치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앤서니 산탄데르(볼티모어 오리올스)까지 볼넷을 골라 다시 무사 만루.

아라에스의 내야 땅볼로 3-5를 만든 베네수엘라는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뜬공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아라에스는 7회 데이비드 베드나(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시속 101.4마일 강속구(163㎞)를 때려 또다시 담장을 넘겼다. 이 순간 베네수엘라의 통계상 승리 확률은 11.4% 상승해 87.6%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약점인 불펜이 결국 버티지 못했다. 미국은 8회 초 팀 앤더슨(화이트삭스)의 볼넷과 대타 피트 알론소(뉴욕 메츠)의 안타, J.T 리얼무토(필라델피아)의 몸맞는공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이후 터너가 실비노 브라초(신시내티 레즈)의 체인지업을 때려 좌측 담장 너머로 훌쩍 날려보냈다. 9-7 역전. 미국은 9회 말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35)가 1이닝을 막고 승리했다.

미국이 승리하면서 4강 대진이 완성됐다. 쿠바와 미국은 20일 오전 8시 론디포 스타디움에서 준결승 첫 번째 경기를 치른다. 멕시코와 일본은 이튿날 오전 8시 맞붙는다. 일본은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마린스)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동시 투입을 준비중이다. 승리한 두 팀은 22일 결승에서 대결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