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도로교통사고 손실]
'27조원.'
지난 2021년 한 해 국내 각종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비용과 사회기관 비용을 도로교통공단이 추정한 액수다. 전년도인 2020년(26조 916억원)보다 3.5% 늘어났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직장인의 평균 연봉은 4024만원이었다. 도로교통사고 손실액을 여기에 적용하면 근로자 68만명의 연봉을 합친 것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1.3%, 국가예산과 비교하면 거의 5%에 달한다.
2021년 한 해 사람이 죽거나 다친 도로교통사고는 모두 125만 9000건가량으로 하루 평균 3493건꼴이다. 이로 인한 사상자는 모두 205만 8000명으로 15초마다 1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셈이다. 사망자는 2916명이었고, 부상자는 205만 5000명가량이었다.
이로 인한 손실액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인적 피해비용이 14조 955억원(52.3%)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인적 피해비용에는 사상자 의료비, 사망이나 부상으로 인해 얻지 못하게 되는 소득, 간호비, 장례비 그리고 정신적 피해 등 심리적 비용과 재판 비용 등이 포함된다.
인적 피해 사상자의 1인당 평균 사고비용을 보면 사망이 5억 636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중상이 7404만원, 경상 529만원 등이었다. 사망자의 사고비용이 경상자보다 107배 높았다.
물적 피해 비용은 전체의 41.3%인 11조 1593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는 가해 차량과 피해차량의 파손, 도로구조물·상품 등 재물의 피해, 차량·재물파손으로 인해 발생한 간접손해, 도로 관서 사고처리비용과 재판비용 등이 들어있다.
경찰관서 사고처리비용과 119구조대 출동 같은 구조·구급비용, 보험기관 사고처리비용 등 인적·물적 피해를 제외한 사회기관비용은 1조 7439억원(6.5%)으로 조사됐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2017년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손실비용을 40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와는 대상 연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액수도 차이가 크다.
당시 교통연구원은 숨지거나 다친 사람의 물리적 손실 비용을 약 21조 1797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정신적 고통비용으로 약 18조 8777억원을 계산했다.
반면 도로교통공단은 사고 당사자가 직접 입은 손실(인적, 물적 피해)에 사고 긴급구호와 사고조사 비용, 손해배상 대행 기관의 교통사고 처리 비용 등 공공적 지출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손실액을 따진다. 이 때문에 정신적 고통비용은 별로 반영되지 않아 액수가 크게 차이난다는 설명이다.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선 도로교통사고가 국가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도로교통 사고비용은 정부의 교통안전분야 예산결정과 같은 장래의 교통안전정책 투자와 평가 때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