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검찰만 외치는 민주당…이재명도 "단일 색채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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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일본”이라는 단어가 20번 넘게 등장했다. 이날 공개 발언한 참석자 가운데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비판한 고민정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해법을 비판했다. 발언 내용 역시 “탄핵당한 정권이 걸었던 길을 답습 말길”(이재명 대표), “대일 굴종외교의 끝판왕 윤석열 대통령”(정청래 최고위원) 등 다들 대체로 비슷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지난달 27일에는 최고위 참석자들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아들 학폭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를 들며 윤석열 정부의 인선을 “검사 하나회”라고 표현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정순신판 ‘더글로리’”(박홍근 원내대표), “검찰 프리패스 인사”(고민정 최고위원)라고 거들었다. 체포동의안에 대해선 “검사 독재정권으로부터 죄 없는 국회의원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대표를 지키는 것”(서은숙 최고위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민주당 지도부의 메시지에 대해 최근 당내에서도 “너무 획일적이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전당대회 이후 최고위가 단일 체제로 구성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단일한 색채가 문제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도 최근 ‘지도부가 너무 고립되는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최고위원들이 영상이나 음악을 활용하면서 “회의가 희화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달 20일 최고위에서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비판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한 음악을 틀어 화제가 됐다. 최고위원들이 뉴스나 유튜브 영상을 화면에 띄워 함께 시청한 뒤 이를 토대로 발언을 이어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 모습이 너무 가볍게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발언을 비판하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발언을 비판하며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표지석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획일적 메시지가 나오는 배경을 두고 “전략의 부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해찬 대표 시절을 거론하며 “당시 사전 회의에서 미리 지도부 메시지가 안 겹치게 조율했다. 발언자도 너무 많지 않게 제한했다”며 “그렇게 해야만 중요한 메시지가 부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우상호 비대위’에선 경제 분야는 이용우 비대위원, 여성ㆍ청년 분야는 서난이 비대위원이 주로 언급하는 식으로 발언 주제별로 참석자들이 역할을 분담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지도부 메시지는 당일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를 전부 다 같이 따라간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지도부 발언이 비슷할수록 ‘이재명 1인 체제’가 공고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도부의 메시지가 대체로 ‘명비어천가’로 보인다. 이 대표 체제에서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흔히 얘기하는 ‘방탄 발언’은 줄이고,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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