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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 수만개가 사라졌다…남극 새들이 번식을 멈춘 이유

중앙일보

입력

어린 흰풀마갈매기. 위키피디아

어린 흰풀마갈매기. 위키피디아

기후 위기로 발생한 눈보라로 인해 남극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던 바닷새들 대다수가 번식에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르웨이 극지연구소 세바스티앙 데캉스 교수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지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스바르타마렌(Svarthamaren)과 유툴세센(Jutulsessen) 지역을 조사한 결과 남극 바닷새들의 번식이 거의 사라졌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두 곳은 눈이나 얼음에 덮히지 않은 바위로 된 봉우리 지형으로, 번식기를 맞은 남극의 바닷새들이 둥지를 짓고 알을 낳는 곳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스바르타마렌에는 남극풀마갈매기의 경우 최대 20만 개의 둥지가 발견됐다. 흰풀마갈매기의 둥지는 약 2000개, 남극도둑갈매기의 둥지는 100개 이상이 각각 관찰됐다.

하지만 2021년 12월부터 두 달간의 조사 결과 번식에 성공한 남극풀마갈매기와 흰풀마갈매기는 각각 3쌍, 1쌍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도둑갈매기 둥지는 아예 발견되지 않았다.

인근의 유툴세센도 마찬가지였다. 수년 전만 해도 남극풀마갈매기 둥지가 수만 개에 달했지만 이번 조사에선 단 한 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남극도둑갈매기. 사진 극지연구소

남극도둑갈매기. 사진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바닷새들의 둥지가 사라진 이유로 이상 기후로 인해 강설량과 적설량이 예년보다 크게 증가하고 폭풍이 불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새들은 눈·얼음이 없는 맨땅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남극에선 드물게 눈·얼음에 덮이지 않는 스바르타마렌·유툴세센과 같은 곳에 모여 번식을 한다.

그런데 이런 곳도 눈이 많이 쌓이면 제대로 새끼를 기르기 어렵다. 폭풍이 몰아치면 새들이 먹이 찾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체온 조절이 어려워 알이 부화할 때까지 둥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바닷새 서식지에 눈보라가 몰아칠 때 번식 성공률이 낮아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번식에 성공한 개체가 이렇게 적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기후변화가 남극 바닷새 번식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우리의 예측은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곳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있는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라며 “중요한 남극 바닷새 개체군은 이미 감소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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