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공들인 與 '호남 끌어안기'…5·18 논란에 "도루묵"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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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6일 대표 후보 신분으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6일 대표 후보 신분으로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러다 호남 동행에 서진(西進) 정책까지 말짱 도루묵이 되겠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국민의힘에서 호남 민심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3·8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최고위원 최다 득표 당선자인 김재원 최고위원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 나도 반대다”라고 발언한 게 논란을 일으켜서다.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포함시키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김 최고위원이 뒤늦게 “반대하지 않겠다”며 사과 표시를 했지만 이미 뭇매를 맞은 뒤였다.

게다가 새 지도부 취임 후 처음 실시되는 공직 선거인 4·5 재·보궐선거엔 호남 지역인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포함됐다. 전주을은 이상직 전 의원 때문에 생긴 선거라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과 여러 무소속 후보가 대결한다. 정치권에선 여권 약세 지역인 만큼 민주당 후보가 없더라도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더라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느 정도 득표하느냐가 중요하다. 새 지도부의 첫 선거 성적표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그런 상황에서 5·18 논란은 악재인 셈이다.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취임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23일 전주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흔들리는 호남 민심에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는 내부 의견이 나와서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2021년 대표 권한대행을 시작하면서도 첫 방문지로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역을 참배했다”며 “지역 행보를 결정할 때 늘 호남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두 달 뒤 5·18 기념식에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기념식 때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전원 참석했던 전례를 올해도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해 호남 끌어안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런 국민의힘의 노력은 2020년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뒤 본격화됐다. 구원 투수로 등판한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그해 8월 11일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 등 호남 지역에 큰 수해가 나자 지도부를 이끌고 현장을 찾아 봉사 활동을 했다. 당시 주호영 원내대표가 불볕 더위에도 장화를 신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복구 작업을 하던 모습에 “보여주기식 쇼여도 이 정도면 됐다”는 말이 지역에서 나올 정도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2020년 8월 11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성마을을 방문해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2020년 8월 11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구성마을을 방문해 침수 피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 의원들이 2020년 9월 23일 국회 본청 앞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 의원들이 2020년 9월 23일 국회 본청 앞에서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을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같은 달에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묘역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는 “벌써 일백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얼마 뒤엔 국회에서 성일종 의원 등 30여명 의원이 모여 ‘호남 동행 국회의원 발대식’도 열었다.

2021년 6월 취임한 이준석 전 대표도 여러 차례 호남을 방문하며 서진정책을 폈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호남에 공을 들였고 지난해 3·9 대선에서 광주 12.62%, 전북 14.44%, 전남 11.4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보수당 간판을 단 후보 중 가장 높은 호남 득표율을 얻었다. 대선 뒤 곧바로 이어진 6·1 지방선거에서도 호남에서 출마한 국민의힘 단체장 후보가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과거 3~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진전이었다. 김용님 광주시의원은 27년 만에 처음으로 보수 정당 소속의 광주시의원이 됐다.

2020년 8월 19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8월 19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은 여권으로선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발언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 지역 관계자는 “지도부에서 돕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 재만 뿌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이 관계자는 “전주에서 최고위를 여는 것보다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 국민의힘이 확실히 변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호남 출신의 첫 보수 정당 대표였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한두 번 가서 얼굴을 비치고 인사를 한다고 호남 민심이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의힘은 선거 때 좋은 후보를 호남에 공천한 적이 없고, 좋은 후보를 영입하거나 키우려 한 적도 없다. 그런 자세를 버리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총선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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