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밥상ㆍ뷔페 이은 공짜 아침밥…대학 식당 앞 장사진[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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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진로나 학과 현안 이야기를 나눠요. 부드럽게 소통이 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16일 오전 8시쯤 최미선(사진 왼쪽 가운데) 부산외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가 학생식당에서 오전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6일 오전 8시쯤 최미선(사진 왼쪽 가운데) 부산외대 항공서비스학과 교수가 학생식당에서 오전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지난 16일 오전 8시쯤 부산외국어대 학생식당. 제자 5명과 아침 식사를 하며 동아리 신설 문제를 논의하던 최미선 항공서비스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딛고 캠퍼스가 제모습을 찾아가는 듯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전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이 같은 ‘아침 데이트’를 권하는 건 새 학기 들어 최 교수 일상이 됐다.

“아침 챙겨 먹고 하루 잘 살아냅시다”

이날 식사는 백미밥에 야채탕(육개장에서 고기를 뺀 메뉴)과 계란 후라이, 백미밥, 깍두기, 고추 초절이로 장만 됐다. 이 밥은 공짜다. 부산외대는 지난 6일부터 재학생과 교직원 등 8600명을 대상으로 아침 식사를 무료로 주고 있다. 재원은 총동문회 등 기부금과 농림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지원금으로 마련된다. 총학생회와 논의해 ‘야식보다 조식’이라는 사업 명칭도 정했다. 장순흥 부산외대 총장은 “학교 아침밥을 잘 챙겨 먹고 보람찬 하루를 보내도록 마련한 사업”이라고 했다.

16일 오전 8시쯤 부산외대 학생식당에서 재학생들이 무료 조식을 배식받고 있다. 김민주 기자

16일 오전 8시쯤 부산외대 학생식당에서 재학생들이 무료 조식을 배식받고 있다. 김민주 기자

부산외대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후 하루 평균 130명이 아침밥을 먹으려 학생식당을 찾는다. 식사 시간은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이다. 이날 친구들과 식사하던 고동현(24ㆍ세무회계학과)씨는 “자취를 하고 있다. 아침밥을 자주 걸렀는데 새 학기 들어 학생식당에 밥을 먹으러 온다”며 “자취생이나 기숙사생들 사이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영양사가 돌아다니며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식사의 간이 알맞은지, 원하는 음식이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

부산외대는 연말까지 학기 중 평일에 무료 조식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16일부터는 오후 2~4시에 학생휴게실에서 무료 커피를 주는 ‘해피 캠퍼스 해피 아워’도 운영한다.

고물가 이긴 1000원 아침, 조식 뷔페까지 등장

학생들의 아침밥을 챙겨 먹이려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대는 2016년 4월부터 학생식당인 금정회관에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해왔다. 본래 밥값은 3000원인데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면 대학과 농정원이 나머지 2000원을 메워주는 구조다. 밥과 국, 3찬이 제공된다. 코로나19 때도 중단 없이 진행했으며 지난해 2만5000명이 1000원에 아침밥을 해결했다.

부산대 학생들이 학생식당인 금정회관에서 '1000원의 아침밥'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부산대

부산대 학생들이 학생식당인 금정회관에서 '1000원의 아침밥'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부산대

목포대는 이번 학기부터 ‘프리미엄 조식 레스토랑’을 표방한 1000원 아침밥을 제공하고 있다. 젊은 학생들 입맛에 맞춘 빵과 과일·샐러드를 주력으로 한다. 밥값은 받지 않으려 했지만, 학생들이 “우리가 1000원은 부담하겠다고” 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한다. 바쁜 시험 기간엔 ‘컵밥’ 등 간편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목포대 프리미엄 조식 레스토랑(천원의 아침). 사진 목포대

목포대 프리미엄 조식 레스토랑(천원의 아침). 사진 목포대

서울에서는 경희대가 지난 13일부터 ‘1000원의 아침’ 제공을 시작했다. 첫날 식권 100장이 30분 만에 동날 정도로 학생들이 몰렸다. 물가 고공행진 속에 학생들이 부담 없는 아침밥을 선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음식ㆍ숙박 물가 상승률은 7.6%를 기록했다.

농정원 지원 대학 2배 늘어 “뜻밖의 대박”    

경희대는 물론 서울대와 고려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 등도 올해부터 농정원에서 ‘1000원의 아침’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농정원에 따르면 ‘1000원의 아침밥’ 지원을 받는 전국 대학은 2018년 21곳에서 올해 40곳으로 늘었다.

농정원 이고은 소비문화실 과장은 “농림식품부 산하 기관이어서 쌀 소비를 촉진할 사업을 구상하던 중 아침 식사 결식률이 가장 높은 20대를 겨냥해 대학 아침밥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지원 의향을 보이는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어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희대 학생들이 푸른솔문화관에서 무료로 배식받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하루 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 100명분 내외의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했다. 뉴스1

지난 15일 경희대 학생들이 푸른솔문화관에서 무료로 배식받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하루 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 100명분 내외의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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