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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호 봐줬더니 텃새 돼 '텃세'…물고기·나무 다죽인 이놈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백화현상) 변했고 나무 사이로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앉아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백화현상) 변했고 나무 사이로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앉아있다. 박진호 기자

가마우지 '배설물'에 하얗게 변한 버드나무  

지난 16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소양호 하류. 버드나무 100여 그루가 배설물 때문에 하얗게(백화현상) 변해있었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 사이로 검은색 민물가마우지가 날아다니거나 앉아있었다.

원래 이곳은 서리꽃과 물안개 촬영 명소였는데 2009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명소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주민 정영옥(68·여)씨는 “원래 이곳은 겨울이면 전국에서 사진가가 몰리던 곳인데 민물가마우지 때문에 황폐화했다”며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가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민물가마우지는 강원지역 9개 시ㆍ군 하천과 호수·저수지 등 42곳에서 2만 마리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평호 상류를 포함해 홍천강 유역에는 1만여 마리, 춘천 소양강 하류에는 2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 자라면 몸길이 90cm이상

가마우지는 크기가 큰 종류는 몸길이가 70cm 이상이다. 가마우지 중에서 가장 크고 흔한 종은 민물가마우지로, 뺨이 흰색이고 몸길이는 약 90cm이다. 둥지는 나뭇가지와 해조류를 이용해 절벽 바위 턱 등에 만든다. 가마우지는 물 위에서 헤엄을 치면서 물고기를 발견하면 잠수해 잡는다. 잡은 물고기는 물 위로 올라와서 먹는다. 목구멍이 유연해서 커다란 물고기도 여유롭게 삼킬 수 있다.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중앙포토]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강원 춘천시 소양강 버드나무 군락지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연합뉴스]

1999년 269마리에서 지난해 3만2196마리 

강원도는 개체 수가 급증한 데다 텃새 화한 민물가마우지가 내수면 어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 평균 물고기 700g을, 번식기에는 1㎏을 먹는다고 한다. 강원도내 내수면 어획량은 2017년 933t에서 2021년 613t으로 크게 줄었다.

나무가 말라 죽는 것도 문제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 역시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나무가 모두 말라 죽어 다시 심어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민물가마우지는 최근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999년 269마리에 불과하던 민물가마우지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더니 지난해 3만2196마리로 1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민물가마우지 떼가 터를 잡으면서 백화현상이 심화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 지난해 3월 원주시청 공무원들이 나무 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물가마우지 떼가 터를 잡으면서 백화현상이 심화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저수지 내 거북섬. 지난해 3월 원주시청 공무원들이 나무 심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천 정비로 사냥 쉬워지자 '철새에서 텃새로' 

전문가들은 하천이 정비되면서 민물가마우지가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텃새 화한 것 보고 있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하천 정비로 일정한 수위가 유지되면서 잠수해서 먹이 사냥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사계절 내내 먹이를 구하기 쉬워지다 보니 텃새 화하고 있는 것 보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하자 강원도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도는 최근 민물가마우지를 포획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줄 것을 최근 환경부에 건의했다. 또 올해 2억원을 투입해 민물가마우지 집단 번식지의 둥지를 산란 철 이전에 제거해 개체 수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전북 진안군도 수년 전부터 용담댐 일대에 수천 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틀고 서식하며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먹자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진안군 관계자는 “야생생물도 지역에 따라 서식 밀도, 주민 생활과의 관계가 다른 만큼 시군별로 탄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겨울잠 깬 누룩뱀. [사진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겨울잠 깬 누룩뱀. [사진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

서울엔 '살모사·누룩뱀·유혈목이' 출현 잦아 

야생생물 피해는 민물가마우지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뱀 출현으로 공원과 강가를 이용하는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한강공원은 지난해 8~10월 3개월간 뱀 출현 신고가 33건 접수됐다.

맹독을 가진 살모사·누룩뱀·유혈목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뱀을 잡아 격리할 수 있도록 야생생물보호법 개정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는 야생생물 개체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포획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인간과 공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체 수 증가에 따라 민원이 제기되는 야생생물을 지속해서 관찰해 유해 야생생물 지정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며 “가마우지는 지난해 비살상적 방법으로 개체 수를 조절한다는 방침을 마련했기 때문에 우선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더라도 다 잡는 것이 아니라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는 선에서 포획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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