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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생 1.95명 → 80년생 1.25명 출산, 코호트별 실제 출생아 수 20년 새 급락 [출산율이 바닥인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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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호 13면

SPECIAL REPORT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사진 서울대]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사진 서울대]

“세대별 삶의 양상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한 코호트를 거칠 때마다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세대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저출산 대책은 공염불일 가능성이 크다.”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은 요즘 가장 많이 인용되는 통계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함정이 있다. 지금의 20대 여성이 10년 후 지금의 30대 여성과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가정해 산출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황지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사진)는 “세대별로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이 크게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합계출산율만으로는 인구 변화의 양상을 정확히 보기 힘들다”며 코호트(Cohort, 집단) 연구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황 교수는 1956~85년생 여성의 삶을 5년 단위 코호트로 분류해 실제 출생아수, 출산율, 결혼율 등을 조사했다. 각 세대별 삶의 양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모든 지표에서 코호트별로 다른 값이 도출됐다. 최근 세대일수록 평균 출생아 수와 기혼자 비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예컨대 1961~65년생 여성은 40세 기준 평균 1.95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76~80년생 여성이 실제 출생한 자녀는 평균 1.53명으로 불과 15년 만에 약 0.4명이 떨어졌다. 황 교수는 “아직 연구하지 못한 80년대 후반생과 90년대생의 통계는 얼마나 더 떨어질지 우려된다”며 “지금부터 90년생 이후 세대의 특성을 파악해 대응하지 않으면 인구절벽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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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호트별 출산 지표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세대일수록 더 늦게, 적게 낳는다. 60년대생 여성은 20대 중반에 아이를 가장 많이 낳았다. 반면 70년대생 그리고 80년대생으로 갈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 시기가 30대 초반으로 늦어졌다. 실제 출생아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60년대생까지는 여성이 평균 2명 정도는 낳았다. 이후 70년대생부터 1.7명, 1.5명으로 떨어지더니 80년대 초반생에 이르러서는 1.2명까지 떨어졌다. 20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굉장히 큰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무자녀 비율, 미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60년대생까지는 자녀가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비율이 매우 낮다.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최소한 한 명 정도는 낳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70년대생부터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는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 80년대생에 이르러서는 무자녀비율과 미혼율의 간격도 유의하게 더 넓어진다. 즉, 결혼을 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결혼=출산’이라는 공식은 이미 76~80년생부터 깨졌다. 70년대생 후반 여성 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8%가 넘는다.”
코호트별로 이렇게 격차가 큰 이유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점점 더 많은 여성에게 일이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남성과 비슷하게 투자 받고 교육수준도 높아졌으니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 세대와 달라진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너무 어렵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요즘 세대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든 집값을 모으기 위해서든 일이 아닌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학력 여성이 많아지며 출산율이 떨어진 건 아닌가.
“지금의 저출산 현상을 여성의 고학력화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상으로 여성 학력 구성이 56~60년생 코호트와 동일하다고 해도 코호트 추세로 인한 출산율 감소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중졸이든, 고졸이든, 대졸이든, 대학원까지 나왔든 학력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가 이전 코호트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졸 미만 저학력 여성의 출산율도 급격히 떨어지며 학력과 출산율 사이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약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서구 선진국에서 고학력 여성의 출산율이 회복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양상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많은 여성에게 일이 필수가 된 지금 세대에 맞게 ‘부모가 모두 일을 한다’고 가정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공공보육·교육의 질을 올릴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근무시간을 줄이고, 유연근무제는 확대해야 한다. 학교나 어린이집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한들 오후 10시까지 맡기고 싶은 부모가 어디에 있겠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부모가 번갈아가며 등하교를 맡을 수 있는 일상이 그려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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