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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인구 1위 인도가 기회의 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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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호 35면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인도의 뉴델리가 세계 외교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이집트, 독일, 이탈리아, 호주의 정상들이 줄줄이 방문했고, 내일은 일본 총리가 방문할 예정이다. 인도는 올해 G20 의장국이어서 2월에는 재무장관회의, 3월 초에는 외무장관회의가 열렸고, 동시에 상하이협력기구의 의장국이기도 하다. 연초에는 120개 개도국 수뇌들이 참석하는 정상회담(Global South)을 비대면으로 개최했다. 인도-호주-인도네시아, 인도-이스라엘-미국-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소다자 협력 네트워크들을 중심으로 외교 네트워크도 탄탄하게 짜 나가고 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에 대해 속으로는 못마땅해한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속해 온 구애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도 과거 아베-모디 총리 간의 돈독한 개인적 우정으로 시작된 깊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GDP성장률 중국 2배 넘어
미·중 대결 속 안보 중요성도 커져
한국 경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
눈을 돌려 인도에 공 쏟아야 할 때

선데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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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인도의 인구가 14억1700만 명(2022년 말)으로 중국을 추월했고, 영토 329만㎢의 대국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 민주주의 정치체제, 그리고 미·중 대결 구도 심화라는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대부분의 국가는 코로나 사태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경제 침체를 경험했다. 그러나 인도는 예외였다. 2022년 GDP를 보면 미국 2%, 중국 3% 성장인데 인도는 6.5% 성장했다. 지난해 말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보고서는 4년 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추월해 세계 경제 3위 국가가 되고, 2030년까지 세계 3대 주식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도가 이처럼 고속 성장을 하며 도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인도가 광범위한 개혁과 디지털화에 성공해서 성장잠재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특히 2016년 이후 경제의 구조적 개혁을 달성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를 통해 개개인에게 디지털아이디(ID)를 제공하고, 은행 부문을 개혁하여 금융자료 공유시스템을 통합 운용하고 있다. 세금 제도의 디지털화로 세금 납부자 숫자를 늘리고 전산화했으며, 이커머스 개혁, 그리고 규제의 개혁과 단순화 등으로 인도경제의 틀이 더욱 투명해지고 사업하기에 좋아졌다고 한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이 성장하고 경제가 활력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인프라 개선을 위한 중앙정부의 인프라 투자도 2013년 GDP의 2.8%에서 2022년에는 3.5%까지 증가했다. 대외적으로도 인도는 13개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러한 내부 개혁에 국제정세 변화가 인도의 부상을 돕고 있다. 중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도광양회를 버리고 중국몽을 추구하며 공격적 외교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전후해 본격적인 대결정책으로 선회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들과의 연합전선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대결이 심화하자 안보에 대한 고려가 경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 및 서방세계의 기업들은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으로 중국을 떠나고 있다. 문제는 중국 아닌 다른 대안 투자처가 어디냐인데, 때마침 민주주의 국가이자 대규모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인도가 매력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함께 엮이어서 돌아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권위주의 국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액이 미국과 일본과의 교역액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이전처럼 미·중 관계가 잘되어 한·중 경제협력이 지속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가 못한 현실이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투자가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한국도 미래에 대비해 경제관계를 다변화하고 인도에 공을 쏟아야 한다. 현대차, 기아, 삼성전자, LG전자, SK, 효성, 포스코 등 국내기업들도 인도 투자에 열심이다. 앞으로도 양국이 협력 가능한 산업 분야가 다양하게 널려 있다. 그러나 이것을 받쳐 줘야 할 한·인도 외교 관계는 그냥 그대로다. 2018년 인도 국빈 방문 시 문재인 대통령은 한·인도 관계를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말했으나 실제 노력이 뒤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필리핀의 외교가 주목을 끈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전임자의 친중 노선을 버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리핀의 군사기지 네 곳을 추가하여 미군이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일본, 호주 그리고 영국과의 양자 협력관계를 심화시키며 전방위 외교 협력 네트워크를 짜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필리핀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러한 경제 규모에 걸맞은 시야와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미래에 대비하는 외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과의 관계회복마저도 국민감정이 앞서 참으로 힘들다. 오로지 미국에 올인하고 수많은 다양한 국가들과 전략적으로 촘촘한 협력 네트워크들을 짜면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할 의지와 실천력이 안 보인다. 경제 10위 대국이라면 외교도 그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 인도는 그러한 한국의 미래지향적 선진 대국 외교를 펼쳐 나갈 핵심 대상국이자 출발점이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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