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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이차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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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호 35면

민감중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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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신임 총리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중국의 연례 정기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막을 내렸다. 올해 전인대 기간 베이징의 경계는 유달리 삼엄했다. 온라인에서는 민감어 공방전이 벌어졌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공식 계정 ‘역사상의 오늘’은 10일 하루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 1912년 위안스카이(袁世凱·원세개, 1859~1916)가 중화민국 임시대총통에 취임한 날이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111년 전 위안스카이는 “공화의 정신을 발양하고 전제(專制)의 흠을 없애며 헌법을 엄수하겠다”고 말했다.

1915년 12월 11일 위안스카이는 허울뿐인 입법기관을 대신한 ‘국민대표대회’의 총대표로부터 황제 추대를 받았다. 다음날 “천하의 흥망은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거늘 나의 애국이 어찌 남의 뒤에 머물겠는가. 억조 백성이 추대하니 책임이 중대하다.…국민의 질책은 나날이 심해지고 기대가 절박해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며 제위(帝位)에 올랐다. 국호는 중화제국, 연호는 ‘헌법을 널리 알린다(弘揚憲法)’는 뜻을 담아 홍헌(洪憲)이라 했다.

2018년 국가주석 3연임을 가능토록 한 개헌 당시, 당국은 ‘홍헌’을 ‘위안스카이’ ‘종신제’와 함께 금지어로 지정했다. “관련 법규에 따라 검색 결과는 표시하지 않는다”는 공지만 띄웠다. 올해는 ‘이차원(二次袁)’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제2의 위안스카이’란 뜻이다.

올해 전인대 선거에서 만장일치(全票·전표) 당선이 부쩍 늘었다. 2011년 3월 중국공산당신문망에 “전표 당선은 더욱 위험하다”란 기층 간부의 칼럼이 실렸다. “우리 당의 민주집중제는 개인이 조직에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선거는 개인이 조직을 선출해야 하며, 조직이 개인에게 어떤 조직을 선출하라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교체 선거에서 복종은 줄어들고 민주가 늘어야 한다. 과거가 오래되면 반항의식이 침묵 속에 누적돼 결국 어느 날 폭발한다”며 이른바 민주집중제와 선거, 복종과 민주의 관계를 논박했다.

결론도 의미심장했다. “만일 후보자가 조직의 요구 속에 만장일치로 당선된다면 그들의 우월감을 조장하고 현실을 똑바로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정세를 오판하고 모두의 지지와 옹호를 받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아니하며 허상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만장일치는 정치인의 눈을 가릴 뿐이라는 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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