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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 이화영 재판에 나와 "제재로 대북사업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장이 “민간기업(쌍방울)이 지방정부(경기도)를 통해 북한과 협력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서다.

검찰 "회의록에 있는 발언도 부인하나"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발언과 출장 기록이 담긴 경기도 보고서를 제시하며, 쌍방울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대납을 매개로 대북사업 우선권을 보장받는 등 대가 관계를 맺었다는 근거를 하나씩 들이댔다.

이종석 전 장관 “제재로 北사업 불가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사진은 2020년 1월 6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 회의에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이 전 장관. 사진 경기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사진은 2020년 1월 6일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 회의에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이 전 장관. 사진 경기도

이날 법정에서 자신을 이 전 부지사의 ‘20년 지기’라고 밝힌 이종석 전 장관은 세 가지 이유를 들며 경기도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돕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먼저 “남북교류협력은 중앙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지방정부에 자율권을 달라고 많은 요청이 있어 법이 생겼지만, 모든 남북관계는 중앙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받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남북교류협력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독자적 대북사업을 할 권한이 없으며, 이 때문에 대북송금 대가로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와줄 수도 없었다는 취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기도가 대북사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부각했다. 이 전 장관은 “돈은 당연하고 남북관계에서 대북제재가 워낙 촘촘해 아무것도 갈 수 없었다. 협력사업을 약속했더라도 실제 이행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사업을 약속했더라도 그에 필요한 자재 등을 지원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현금을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현금을) 요구할 수도 없다”고도 강조했다.

경기도가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쌍방울 측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민간기업에) 사용할 수 없다”,“오로지 경기도 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방울이 중국 선양에서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300만 달러를 준 2019년 11월 27일, 경기도가 북한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초청 요청 공문을 보낸 데 대해선 “도지사가 북한을 방문한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되는 시기”라며 “(만나고 싶다는) 그런 표현은 의례적으로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검찰 “제재 국면에 유일하게 경기도만 北사업”

2018년 11월15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6번째),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네번째) 등이 경기도농업기술원을 방문해 첨단온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2018년 11월15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왼쪽에서 세번째)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6번째), 이종혁 조선아태평화위 부위원장(네번째) 등이 경기도농업기술원을 방문해 첨단온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장관에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사실상 모든 남북교류가 중단됐다고 하지 않았느냐”며“그런데도 지자체 중 유일하게 경기도만 대북지원사업을 했고, 2019년 말까지 묘목지원, 밀가루지원 사업을 북한과 했다. 중앙정부도 셧다운 됐는데 경기도가 북한과 교류했다는 건 굉장히 특이하고 이례적인 것 아니냐”고 압박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왔다는 점에 대해 검찰은 2019년 1월 이 전 부지사의 중국 출장 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2019년 1월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중국 선양에서 북한과 경협합의서를 작성한 때로, 당시 출장 보고서엔 ‘도-국내기업 간 북한 공동진출 방안 협의’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종석 전 장관 측이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하자, 검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걸 경기도는 보고서에 기재했다는 말인가”라며 “보고서와 이 전 부지사 발언을 종합하면 쌍방울과 북한을 연결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기도에 제출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9년 1월17일 국외출장 보고서.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전 부지사 측이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쌍방울 등 국내기업의 북한 진출을 지원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에 제출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2019년 1월17일 국외출장 보고서.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전 부지사 측이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쌍방울 등 국내기업의 북한 진출을 지원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 경기도

검찰은 이 전 장관이 속했던 경기도 평화자문위의 회의록도 제시했다. 2019년 3월 이 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이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는 회의록에 “조그마한 회사, 우리 기업 하나하고 북한을 맺어주는 사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그런데 제재 국면 하에서 기금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것이 전제돼 있다. 앞으로 위원님들이 그런 것들을 돌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해달라. 기금을 못쓰게 될 형편에 놓여있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장관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논의된 적이 없다”며 “회의록에 남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측은 “회의록에 있어서 물어보는 것”이라며 해당 발언이 사실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재판엔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과 스마트팜 업무를 담당했던 김용호 전 경기도 농업정책과장 등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치과 치료를 이유로 오후 재판에 불참하면서 일정이 뒤로 밀렸다.

2019년 3월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 첫 회의 때 이화영 전 부지사 발언록. 사진 경기도.

2019년 3월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 첫 회의 때 이화영 전 부지사 발언록. 사진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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