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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시대와 결별하라" 후쿠야마의 고전적 자유주의 옹호 [BOO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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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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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그 불만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이상원 옮김
아르테

이 책의 저자는 지난 세기 냉전 종식을 목격하며 『역사의 종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역사적 승리를 철학적으로 정당화'(역자 이상원 교수)했던 터. 30여년 뒤 쓴 이번 책은 이제 자유주의가 위험에 처해있으며, 좌파 진보주의자와 우파 포퓰리스트 모두에게 공격받아왔다는 인식으로 시작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좌파·우파의 위협을 대칭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좌파의 위협은 이 책이 그 설명을 마르쿠제 등의 비판이론부터 시작하는 데서도 짐작하듯,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주로 문화적이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전개"된다. 반면 우파의 위협은 "더욱 즉각적이고 정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대해 저자는 불평등의 심화를 초래한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자율성이나 재산권을 비롯한 자유주의의 전제를 극단화한 해석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대해서도 소비자 후생 극대화가 인간은 '소비하는 동물'로만 보는 등 인간존재와 욕망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한다. 책의 후반부에선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정부의 필요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국가를 경제성장과 개인적 자유에 불가피한 적으로 악마화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와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비판이론 등 좌파의 자유주의 비판 역시 조목조목 비판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 인종·젠더·민족 등 정체성·다양성 이슈와 자유주의의 갈등이 짐작된다. 물론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불신 등은 기존의 좌파와 최근의 우파에서 중첩되어 나타나는 등 이 책이 짚는 자유주의에 대한 위협은 꽤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이래저래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데, 저자가 공들여 옹호하는 걸 보면 자유주의, 극단화·교조화하고 변질되기 이전의 '고전적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를 느끼게 한다. 실은 이 책의 전체 10장 중 1장이 바로 이 얘기다. 책에는 토지개혁이나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등 한국의 경험을 자유주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얘기도 가끔 나온다. 원제 Liberalism and Its Dis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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