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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에 39조 수혈…두번째 긴급 조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irst Republic Bank).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irst Republic Bank).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은행들이 위기에 빠진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구출 작전’에 나섰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돈을 맡기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한다.

16일(현지시간) 미 대형은행 11곳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총 300억 달러(약 39조원)를 예치한다고 발표했다. 4곳은 50억 달러, 2곳은 25억 달러, 5곳은 10억 달러를 각각 맡긴다. 이들 예금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위기설에 휩싸인 곳이다.

이는 당국의 SVB 예금 전액 보호 조치에 이은 두 번째 시장 안정책이다. 첫 조치 이후 뱅크런의 확산은 막았으나, 중소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신용등급 강등으로 추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에 민간 자본을 활용해 은행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대형 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이들이 예금을 맡길 정도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신뢰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미 당국은 “매우 환영”한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 등 4개 기관은 “대형 은행들의 지지 표명은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는 미 정부가 막후 역할을 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를 전화로 설득하는 등 대형은행 간 조율에 관여했다.

덕분에 시장도 일단 한숨을 돌렸다. 16일 미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지수(1.17%), 나스닥(2.48%), S&P500(1.76%)이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식은 전날보다 9.98% 오른 34.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선 대형은행들의 이번 유동성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거라고 지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은행들이 막대한 현금을 투입하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처한 위기는 거의 확실하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비슷한 위험에 처한 다른 중소 은행들의 두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다수 중소은행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근본적 해법으로는 볼 수 없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와 WSJ에 따르면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9∼15일 일주일간 은행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인 215조원 이상을 Fed에서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긴급 조치에도 은행들이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에 대비하는 것은 미국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16일 현재 85% 안팎이다. 하루 전(54.6%)보다 더 힘이 실렸고, 한때는 99.6%까지 올랐다.

이는 미국의 지난주(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결정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2만 건 급감해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보여줬다. 견조한 고용시장은 임금 상승을 부추겨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운다. 또 Fed의 선택을 예상할 수 있는 이벤트로 꼽혔던 ECB 금리 결정은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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