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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대 송도 아파트, 2000만원 주고 샀다…다시 고개 든 갭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지난 3개월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이뤄졌다. 함종선 기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지난 3개월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갭투자가 이뤄졌다. 함종선 기자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상승하자 전셋값을 지렛대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집값이 크게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경기 화성시에선 시군구 기준으로 가장 많은 75건의 갭투자가 이뤄졌다. 이어 세종시(64건), 경기 평택시(51건), 인천 연수구(48건), 경기 남양주시(42건), 서울 송파구(3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38건), 경기 수원시 영통구(37건) 등의 순으로 갭투자가 많았다.

읍면동을 기준으로 하면 송도국제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 송도동이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21건),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20건), 서울 노원구 상계동(18건),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17건) 등도 갭투자가 활발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단일 단지 기준으로 지난 3개월간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다. 전체 74건 매매거래 중 17건(212.9%)이 갭투자였다. 다만 아실은 아파트 거래 후 3개월 내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갭투자로 계산했는데, 이미 전세 계약이 체결된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도 많아 갭투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송도더샵센트럴시티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 10일 4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일주일 후인 17일 4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아파트 매수인이 집을 매수하는데 든 비용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화성시  병점동 병점역에듀포레 전용면적 75㎡는 지난달 5일 3억원에 거래된 뒤 이튿날 전세보증금 2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매수자는 3000만원을 투자해 아파트 한 채를 사들였다. 해당 면적은 2021년 7월 4억1700만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당시 전세 시세는 1억9000만원가량으로 갭투자를 위해서는 2억2000만원이 필요했다.

사실상 갭투자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더센트레 전용 51㎡의 경우 지난달 4일 8억1900만원에 손바뀜한 뒤 5억19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면서 3억원을 들여 갭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했지만, 집값이 전셋값보다 더 크게 떨어진 지역 위주로 이런 갭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갭투자 상위 지역 가운데 지난해 인천 연수구(하락률 -15.10%)와 수원시 영통구(-14.99%), 화성시(-13.22%), 서울 송파구(-8.00%) 등의 아파트값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갭투자가 가능한 아파트를 찾는 손님이 늘고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맞춰 잠실동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길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이고, 가격이 더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유주택자가 갭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양도세,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덜해진 것도 이런 갭투자 매수세가 늘어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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