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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생중계, 다품종 소량생산’… 혁신으로 中 PCB 업계 재편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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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에 ‘깜짝’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PCB’ 설계 수업에 참관해 미래 기술인재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 회장도 관심 있게 살펴본 PCB, 무엇일까?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2023.3.7/뉴스1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일 경북 구미시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2023.3.7/뉴스1

PCB는 ‘Printed Circuit Board’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인쇄회로기판’이라고 불린다. 집적 회로, 저항기, 스위치 같은 부품들이 납땜 되는 얇은 판으로 이들을 고정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항공기, 인공위성 등. PCB는 모든 전자·정보통신 기기 제작에 하나 이상 사용된다.

글로벌 PCB 생산 절반 먹은 중국

디지털 전환이 세계적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전자·정보통신 기기에 필요한 PCB의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5G,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PCB의 중요성은 높아지고 관련 산업 발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전자산업 컨설팅 업체인 프리스마크(Prismark)에 따르면, 전 세계 PCB 시장의 2021년 총생산액은 전년 대비 23.4% 증가한 804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리스마크는 2021년 이후 2026년까지 전 세계 PCB 시장의 총생산액이 10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커지는 PCB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전자산업 생산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2021년 기준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이 전 세계 PCB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양호한 제조 환경, 강력한 산업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전 세계 PCB 생산의 54.2%를 맡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세계 최대 PCB 생산국인 만큼, 중국 내에는 PCB 제조업체가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중국 산업컨설팅 기관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은 ‘이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주인공은 2022년 글로벌 유니콘 기업 순위 350위에 오른 ‘자리촹(嘉立創)’이다.

자리촹은 PCB 샘플 및 소량 생산, SMT(표면실장기술) 공정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2006년부터 한 우물만 판 결과, 현재는 6000명이 넘는 직원과 5곳의 디지털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외 20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180여 개국 350만 명의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많은 PCB 업체 중 자리촹에 주목하는 이유

사진 바이두백과

사진 바이두백과

자리촹 등장 전까지 중국에서 PCB 샘플 및 소량 주문에 관심을 기울이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PCB는 수요자의 설계에 따라 제작되는데 생산 공정이 복잡해 주문량이 적으면 수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PCB 제조업체가 소량 주문을 기피할 때, 자리촹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샘플과 소량 주문 건을 한장의 큰 기판에 붙여 생산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 자리촹은 스마트 제조 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다품종 소량생산을 실현해냈다.

자리촹의 PCB 맞춤 생산 소식에 그간 주문을 퇴짜맞기 일쑤였던 중소기업, 연구기관, 개인 과학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자리촹은 ▶우수한 가격 ▶빠른 납기일 ▶안정적인 품질로 이들을 만족하게 했고,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해 PCB 샘플 및 소량 생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온라인 주문 과정 일부. 사진 지리촹 홈페이지

온라인 주문 과정 일부. 사진 지리촹 홈페이지

이와 동시에 자리촹은 중국 PCB 업계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대량생산판매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에, PCB 판매의 대부분은 공장에서 직접 이뤄졌다. 이때 자리촹은 온라인 영역을 개척해 오프라인 판매가 주를 이루던 업계 판도를 뒤바꿨다.

자리촹은 주문의 디지털화, 생산의 자동화를 통해 PCB 설계 및 SMT 공정 비용을 기존 방식의 최대 20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길면 몇 주가 걸렸던 납품 주기도 하루 정도로 대폭 단축했다.

현재 자리촹은 온라인에서 PCB 제조 및 부품 거래, EDA(반도체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자리촹 홈페이지에 주문서를 제출하면 통상 30분 이내에 견적서를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영역이 확대돼 SMT 공정과 3D 프린팅 의뢰 역시 온라인에서 할 수 있다.

얼마나 자신 있으면… 생산과정까지 실시간 공개

지리촹의 홈페이지에는 특별한 기능이 있다.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공장 라이브(工廠直播)’다. 고객은 지리촹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장의 작업 실황을 볼 수 있다. 주문을 의뢰하지 않은 일반인도 별다른 로그인 없이 ‘공장 라이브’를 시청할 수 있다.

공장 생중계. 사진 지리촹 홈페이지

공장 생중계. 사진 지리촹 홈페이지

2021년, 지리촹은 또 다른 PCB 공급업체 ‘중신화(中信華)’, 중국 최대 전자 부품 거래 플랫폼 ‘리촹상청(立創商城)’과 전략적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같은 해 중국 재계 큰손이라 불리는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Sequoia Capital China)와 이스턴벨캐피탈(Eastern Bell Capital)로부터 5억 위안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공장자동화설비, CNC 가공, 판금 가공, 3D 프린팅 등 기계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감하고 창의적인 혁신으로 PCB 산업 생태계를 재편한 지리촹. 더 커진 지리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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