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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환골탈태 준비하는 中해군항공대… 韓, 대비가 필요하다(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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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중국이 4년 만에 랴오닝함을 대대적으로 개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랴오닝함은 구소련 미완성 항모를 가져와 일부 개조해 취역시킨 항모다. 취역 당시 선보인 함재기 J-15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져온 Su-33의 시제기 T-10K-3를 역설계해 육상 전투기인 J-11의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불완전한 기종이었다. 불완전한 항모와 불완전한 함재 전투기 모두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J-15는 20여년간에 걸친 시행착오를 거치며 비행제어 소프트웨어와 엔진, 무장 체계를 전체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성공했다. 2020년부터 초도 양산이 시작된 3차 양산 물량부터는 함재기로서의 안전성을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물론, 기존 STOBAR(Short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의 모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사출기를 이용한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까지 제작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국판 EA-18G 그라울러’라 할 수 있는 전자전기 버전 J-15D 모델도 등장했다. 3차 양산 물량 이후에 등장한 개량형 J-15 모델들을 탑재·운용하기 위해서는 랴오닝함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인프라 설치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중국 산둥 항공모함 갑판에 있는 J-15D 항공기 2대. [사진 트위터 캡처]

중국 산둥 항공모함 갑판에 있는 J-15D 항공기 2대. [사진 트위터 캡처]

이번 랴오닝 항모 개조 공사에는 다른 신형 함재기 운용을 지원하기 위한 장비와 시설 추가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랴오닝 항모는 Ka-31 헬기에 레이더를 설치한 조기경보헬기를 탑재하고 있지만, 이러한 헬기는 체공시간이 짧고 상승 가능 고도도 낮아 고정익 조기경보기보다 조기경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의 E-2D를 모방한 KJ-600 함재 조기경보기를 개발했는데, 랴오닝은 갑판 개조를 통해 KJ-600을 탑재할 수 있다.

당초 E-2D와 같은 터보프롭(Turboprop) 방식의 항공기는 제트 엔진 항공기보다 추력이 약해 STOBAR 방식 갑판에서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E-2D의 제작사인 미국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에 따르면 중국의 랴오닝함과 같은 STOBAR 방식이지만 크기는 훨씬 더 작은 인도 해군의 비크라마디티야(INS Vikramaditya)나 비크란트(INS Vikrant)에서도 E-2D 이·착함이 가능하기 때문에 E-2D를 모방한 KJ-600의 랴오닝함 운용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랴오닝함 개조를 통해 탑재가 예상되는 또 다른 기종은 FC-31 스텔스 전투기와 GJ-11 무인 전투기다. 중국이 STOBAR 방식의 J-15를 CATOBAR 방식으로 개조했고, 미국 역시 CATOBAR 방식의 F/A-18E를 STOBAR 방식으로 개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CATOBAR와 STOBAR 방식 항공기는 상호 간 개조가 쉬운 편이다. 다시 말해 현재 CATOBAR 방식으로 개발된 FC-31도 랜딩기어 개조 등 간단한 설계 변경만으로 랴오닝함 운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2021년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FC-31의 비행 사진. [사진 워존]

2021년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FC-31의 비행 사진. [사진 워존]

FC-31은 미국의 F-35를 모방해 개발한 전투기로 덩치는 약간 더 크지만, 최대이륙중량은 약간 더 가벼운 쌍발 엔진 전투기다. 마하 1.8 이상의 속도, 1250km의 전투행동반경의 준수한 기동성과 중국의 최신 항공전자기술이 집약된 고성능 AESA 레이더를 탑재해 중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재 전투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기종이다. 미국이 F-35C 등장 이후에도 F/A-18E/F 블록 3 모델을 대량 도입해 5세대와 4.5세대 전투기를 섞어 운용하는 것처럼 중국도 랴오닝에서 J-15 개량형과 FC-31을 섞어 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FC-31과 함께 탑재가 유력시되는 GJ-11은 길이 12.2m, 폭 14.4m의 대형 무인 전투기다. 20~30톤급으로 추정되는 이 전투기는 어지간한 유인 전투기와 덩치가 비슷한 만큼, 상당한 수준의 무장 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종 역시 CATOBAR로 개조된 기본 모델을 STOBAR 방식으로 바꿔 랴오닝에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가진 중국의 최첨단 무인 무장 정찰기 GJ-11. [사진 웨이보 캡처]

스텔스 기능을 가진 중국의 최첨단 무인 무장 정찰기 GJ-11. [사진 웨이보 캡처]

이러한 무인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모함(母艦)에 통제소와 관련된 안테나 장비가 추가돼야 하고, 중계기(中繼機) 역할을 할 조기경보통제기가 필요하므로, GJ-11은 KJ-600과 세트로 묶여 랴오닝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랴오닝함은 함교 상단의 레이더와 안테나들이 철거되고 있어 이러한 신형 함재기 탑재를 위한 새로운 레이더·통신 장비 설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요컨대 중국 해항은 기존에 주력으로 운용하던 육상기지 전용 항공기들을 공군에 넘기고 함재기 운용 전문 부대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해항에 300대의 항공기를 넘겼다면 비슷한 숫자의 새로운 항공기가 해항에 배치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새롭게 배치되는 항공기들은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개량형 J-15와 FC-31, KJ-600, GJ-11과 같은 기종이 주력이 될 것이다.

랴오닝함이 전체적인 개조 공사를 받은 지 불과 4년 만에 비행갑판과 함교를 완전히 갈아엎는 대공사에 들어가는 이유는 이런 신형 항공기 운용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산둥반도에 연이어 건설되고 있는 새 공군기지들은 해항의 주력 기종 변경 및 규모 확장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초 소개한 바와 같이 중국은 산둥성 칭다오시(青島市) 지모구(即墨區) 시다오자오(石島礁) 중심좌표 북위 36도 47분 48초, 동경 120도 95분 45초 일대에 4.5㎢ 규모의 새 공군기지를 짓고 있다.

산둥성의 새 공군기지 건설 현장 위성사진. [사진 센티넬-2 위성]

산둥성의 새 공군기지 건설 현장 위성사진. [사진 센티넬-2 위성]

3월 초에는 시다오자오 공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서남쪽으로 152km 떨어진 칭다오시 황다오구(黃島區) 지역, 중심좌표 북위 35도 36분 32초, 동경 119도 38분 49초 지역에 시다오자오 기지의 2배 이상 규모인 11.9㎢ 면적의 부지에 대규모 비행장 건설이 시작된 사실이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의 센티넬-2(Sentinel-2) 위성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11.9㎢면 아시아 최대의 비행단으로 평가되는 대한민국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 주둔하는 서산 공군기지에 필적하는 엄청난 규모다.

새로 건설되는 기지들은 해항에서 공군으로 소속이 변경된 부대의 이전 배치용 또는 해당 기지에서 아예 새로운 해항 부대를 창설할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해함대 소속 항모인 랴오닝함의 대대적인 개장 공사가 진행되고 북해함대 거점 기지들이 몰려있는 산둥반도 지역에 대규모 비행장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디. 이러한 정황은 앞으로 중국 해항 전력의 주력부대가 남중국해가 아닌 서해 일대에 집중적으로 배치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이번에 개편되는 중국 해항은 기존의 수세적 성격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공세적인 항공 전력으로 운용될 것이며, 한반도 주변 공역에 더욱 자주 나타날 것이다. 최근 외신들을 통해 자주 보도되는 대만해협 위기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망만 하며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는 대만이 불바다가 될 때 대한민국도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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