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까지 금융 당국이 ‘대환대출(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것) 플랫폼’ 인프라(기반시설)를 만들기로 하면서, 핀테크 업계가 분주해졌다. 셔터스톡
핀테크 업계가 대환대출 봄바람에 분주해졌다. 금융 당국이 오는 5월까지 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대환대출, 일명 ‘대출 갈아타기’를 위한 플랫폼의 인프라(기반시설)를 만들기로 하면서다. 1800조원에 달하는 국내 가계대출 잔액 전체가 대환대출 플랫폼의 잠재 시장이다.
무슨 일이야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오는 5월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개인신용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올해 안으로 적용 범위를 주택담보대출까지 넓힐 계획이다. 53개 금융사가 대환대출 상품을 공급하고, 23개사가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한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전자, 네이버 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핀다 등 핀테크는 후자로 참여할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대환대출 플랫폼 사업은 핀테크에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존 대환대출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불만이 크기 때문. 현재는 여러 대출상품의 금리를 비교하고, 새 대출에 대한 신청·승인까지만 비대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대출금을 실제 계좌로 받고, 기존 대출을 갚는 절차 등은 각 은행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법무사도 고용해야 한다. 그러나 향후 대환대출 플랫폼에선 모든 절차가 비대면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왜 중요해
① 대출시장에 진심인 핀테크
핀테크 기업들은 소비자 수요가 많은 대출 시장에 오래 눈독을 들여왔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주요 핀테크가 모두 비대면 개인신용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성복 자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의 금융 서비스 수요가 가장 많은 건 ‘네이버 페이’ 같은 지급결제 분야고, 그 다음이 대출”이라며 “핀테크 기업이 사용자를 대량으로 확보하려면 대출을 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핀테크가 금융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기회다. 부실 대출이나 대출 연체 등의 위험은 금융사가 부담하고, 핀테크는 소비자와 금융사를 연결해주면서 신규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핀테크가 대부업처럼 자산을 직접 운용하면 각종 리스크를 지게 되는데, 대출 상품 중개는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중개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② 대환대출, 돈이 된다
신규 중개업은 수수료 수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대환대출 중개 수수료는 금융사와 플랫폼 간 자율 협약으로 결정후 공시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기존 대출비교 서비스 수수료율을 가늠자로 삼고 있다. 정확한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출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들이 저축은행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1.7~1.8%, 시중 은행은 1% 이하로 알려졌다. 대형 핀테크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한 자릿수로 낮아 보이지만, 이용자가 몰리면 (중개 수익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며 “대출비교만 하는 핀다와 같은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것도 비대면 대환대출이나 대출비교 시장의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안으로 주택담보대출까지 비대면 대환대출이 가능해지면,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이 국내 가계대출 잔액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749조원이다.
관전 포인트는
① 선두 탈환은 누가: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을 두고 핀테크 기업 간 혈투가 치열해질 전망. 업계에선 대출비교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스·카카오·핀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출을 받으려면 각 상품의 금리를 비교해야 하고, 이는 기존의 시스템과 이용자를 보유한 회사가 유리하기 때문. 이성복 선임 연구위원은 “대출비교 시장을 통해 노하우를 이미 확보한 핀테크 업체들이 대환대출 서비스도 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의 대출비교 앱(어플리케이션) 화면의 모습. [사진 각사]](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303/17/98ea1df5-1f15-4e44-bc96-2b10b363e38c.jpg)
왼쪽부터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의 대출비교 앱(어플리케이션) 화면의 모습. [사진 각사]
② 관건은 서비스 차별화 : 플랫폼들은 차별화 전략을 고민 중이다. 금융사들이 여러 플랫폼에 같은 대출상품을 입점할 경우, 대출상품 자체로는 서비스 차별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IT 기술력을 활용해 소비자의 대환대출 절차 편의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토스는 대환대출 서비스의 앱 사용자 경험 전반에 집중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기존 신용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며 얻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나 사용자 경험(UX) 노하우를 대환대출 플랫폼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다 관계자는 “기존 대출비교 서비스를 대환대출을 목적으로 쓴 이용자도 많았던 만큼, 정확도가 높은 신용평가모델(CSS)을 적용해 실제 대출금리와 예상되는 대출금리의 오차를 줄이는 등 기존 서비스의 강점을 대환대출 서비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수료율 등 수익모델은 고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국민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공익적인 성격이 있어서, 플랫폼으로서 수익모델을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