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쪽 노트 보고 1000억씩 쥐어준다…이주호식 지방대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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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시안)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글로컬대학 30 추진방안(시안)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왜 그동안 지역 대학 사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했을까. 교육부를 비롯한 부처들이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으로 대학을 지원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글로컬대학30’ 공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방대 살리기’ 정책의 청사진을 선보인 자리였다. 강력한 구조개혁을 전제로 지방대 30곳에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소개됐다. 이 부총리는 과거 교육부의 지원 방식의 문제점을 ‘중앙 집권’에서 찾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거엔 재정 사업을 목적별로 쪼개서 시행하다 보니 지원금은 소액으로 흩어지고 대학의 변화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사업은 ‘정부의 통 큰 지원’과 ‘지방대의 대도약’으로 요약된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학은 한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역대 지방대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 내 산업과 대학의 성장을 주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원 대상 대학은 2027년까지 30곳으로 한정된다. 소재지가 비수도권인 대학, 교육대학, 산업대학, 전문대학은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 과학기술원이나 사이버대 등은 제외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쪽짜리 ‘컨셉노트’로 지원 신청…“이주호 혁신 마인드 담겨”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 구조·운영 혁신 방안을 담은 5쪽짜리 ‘컨셉노트’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 대학은 학사 제도 자율화, 대학 간 통·폐합, 유학생 제도 개선, 지배구조나 재원 조달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학교나 지역 사정에 맞춰 제시하면 된다. 지방대의 자율성, 편의성을 강화한 신청 방식이다. 이런 파격엔 이 부총리의 소신이 반영됐다. 그는 평소 주변에 “GPS, 전자레인지를 만든 미국 혁신 성장의 아이콘 ‘달파(DARPA·국방고등연구계획국)’는 컨셉 노트 한장으로 즉각적인 개발 투자를 결정한다. 그 혁신성을 정부 사업에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해외 대학의 혁신 사례를 참고용으로 제시했다.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춰 학과구조를 개편한 독일 미텔슈탄트대, 대학 통합으로 학과를 재배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학부생 전원을 무학과 단일계열로 선발하는 미국 브라운대, 스타벅스 등 지역 기업과 연계해 재직자 교육 학부를 신설한 미국 애리조나대 등이다. 교육부는 “다른 대학이 도전하지 않은 과제, 과감한 대도약(Quantum Leap)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컨셉 노트에 함축적으로 담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도 적힌 ‘퀀텀 리프’는 양자역학 용어로, 양자가 에너지를 흡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할 때 서서히 변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에서 급속도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환경의 틀을 깨고 도약하는 기업을 비유하는 말로 자주 사용되며 ‘퀀텀 점프’라고도 부른다.

교육부는 지방대 살리기에 지역 산업체, 지자체가 적극 동참하는 것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선정 심사를 맡게 될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예비지정과 본 지정 두 단계에 걸쳐 지자체의 지원 현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산학협력 허브로 역할 하기 위해 지자체, 산업계와의 연계 방안이 명확한지를 들여다보겠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앞서 금오공대 공동실험실습관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를 시찰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열린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 앞서 금오공대 공동실험실습관 스마트팩토리 테스트베드를 시찰하고 있다. 뉴스1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 균형 발전 기조와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이 부총리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방안(RISE)’ 사업을 발표하는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를 찾아 “교육은 나라를 살리는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이며, 지역 대학·산업체와 지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서 지역의 강점, 비교우위와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임의 저주’ 넘을까

‘대도약’의 희망 뒤엔 ‘대추락’의 위험도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글로컬대학의 성패 여부에는 지자체, 지역 산업체와 연계가 중요한데 정작 수도권 바깥으로 나가면 대학을 살릴만한 산업체도, 역량을 갖춘 지자체도 드물다.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결과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살릴 대학만 살리고 도태되는 대학은 버리고 가겠다는 방향은 지역 대학 서열화를 공고화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도지사나 대학 총장의 성향,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16년 교육부가 시행한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공대 정원 늘리는 대학에 3년간 6000억원(학교별 50~150억원)을 지원해 ‘단군 이래 최대 대학 지원 사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결과는 공대 대거 미달 사태로 돌아왔다. 한 지방대 교수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지방대 대부분이 관련 학과의 심각한 정원 미달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학가에선 ‘프라임의 저주’로 불린다”며 “잘못된 수요 예측과 학과 변경으로 인한 피해는 대학이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사업 3년·5년 차에 글로컬대학 실행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를 해 미흡하면 사업비를 환수하는 등의 성과 관리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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