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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표결까지 생략한 마크롱, 연금개혁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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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려는 정부의 연금개혁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프랑스 상원은 연금개혁 최종 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려는 정부의 연금개혁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프랑스 상원은 연금개혁 최종 법안을 통과시켰고, 정부는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을 프랑스 하원의 법안 표결 없이 강행하기로 16일(현지시간) 결정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연금개혁안을 두고 여러 차례 과격한 반대 시위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정부안을 밀어붙인 셈이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엘리제 대통령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당 헌법 조항에는 정부 입법안을 의회 표결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특권이 담겨 있다. 일종의 ‘프리패스’ 조항이다.

당초 마크롱 정부는 의회에서 최대한 다수를 확보해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상원 표결에선 법안이 통과됐다. 문제는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에 예정된 하원 표결이었다. 연금개혁안이 통과되려면 하원 577석 가운데 과반(289석)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249석)과 연금개혁에 우호적인 공화당(62석) 가운데 이탈표가 많다는 전망이 나왔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하원 표결을 불과 몇 분 앞두고 연금개혁안 강행 카드를 꺼내들었다.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안은 현재 62세인 정년을 올해 9월 1일부터 매년 3개월씩 연장해 2027년에는 63세, 2030년까지는 64세로 늘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금을 삭감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총근무기간(43년) 연장 시기도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긴다. 대신 최소 연금 수령액을 최저임금의 75%(월 1015유로·약 135만원)에서 85%인 월 1200유로(약 160만원)로 올릴 계획이다.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는 정치·사회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조 단체들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대중교통·교육·정유 업계 등은 파업을 일부 시작했다.

야당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요구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파비앵 루셀 프랑스공산당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제5공화국’에 합당하지 않다”며 “의회는 끝까지 조롱과 굴욕을 당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대표는 “시민들로부터 통제할 수 없는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불신임 투표를 요구해도 보수 성향의 의원이 과반인 상황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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