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16강전〉 ○ 스미레 3단 ● 이형진 6단
장면④=스미레는 초반이 강하다. AI와 잘 통한다는 뜻이다. 한국의 소녀 강자 김은지와의 대결에서 2연패했지만 초반은 항시 유리했다. 그는 “종반에도 강한 기사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 직후 일본 여자 기성이 됐다. 이 판은 그러나 초반에 큰 실점을 하는 바람에 줄곧 끌려가는 바둑이 됐다.
백1로 큰 곳을 두자 이형진은 흑2로 갈라친다. 백3부터 5까지는 자연스런 흐름. 바둑은 잠시 소강상태가 됐다. 흑은 이제 어떤 식으로 승리를 굳혀가야 할까. 유리해지기는 어렵다. 유리를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AI의 선택=AI는 상변의 남아있는 뒷맛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승리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흑1로 꼬부리고 백2로 견제하면 3, 5로 두어 상변을 잡아둔다. 승률 90%, 6집 우세는 계속 이어진다.
◆실전진행=이형진은 흑1로 치받고 3으로 젖혀 잇는다.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지만 AI는 1은 무겁고 3, 5는 느리다는 판정을 내린다. 그 순간 스미레는 6으로 육박해 10까지 상변을 살려냈다. 백이 크게 번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3, 5도 큰 곳이어서 2집 정도 추격했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