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핵폭탄급 임팩트…나폴리 역사 갈아치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나폴리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8강행의 주역인 김민재. [로이터=연합뉴스]

나폴리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8강행의 주역인 김민재.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가면 길이 된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 입단 첫해부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27)의 이야기다. 나폴리는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의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지난달 22일 원정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둔 나폴리는 1, 2차전 합계 5-0으로 8강에 올랐다. 이로써 나폴리는 1926년 창단 이후 97년 만에 처음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경사를 맞았다.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이날 공중볼 경합에서 4차례나 이겨내는 등 ‘철벽 수비’를 펼치며 나폴리 구단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챔피언스리그에 처음으로 출전한 김민재가 첫번째 도전 무대에서 8강 무대까지 밟은 것이다.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엔 챔피언스리그보다 아래 단계인 유로파리그(조별리그)와 유로파 콘퍼런스리그(16강 플레이오프)에 출전했다.

김민재는 공격 상황에서도 돋보이는 플레이로 갈채를 받았다. 후반 7분 중원에서 볼을 끊어낸 김민재는 동료에게 내준 공을 다시 받아 ‘폭풍 드리블’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상대 진영으로 질주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슈팅까지 시도했으나 공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은 불발됐지만, 번뜩이는 ‘공격 본능’을 뽐낸 장면이었다. 김민재는 팀이 3-0으로 앞서며 승기를 굳힌 후반 21분 주앙 제주스와 교체됐다. 지난 12일 이탈리아 세리에A 아탈란타와의 경기 도중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됐던 그는 이날 맹활약으로 부상에 대한 우려까지 말끔하게 씻었다.

김민재가 합류한 올 시즌 나폴리는 거침이 없다. ‘더블(2관왕)’에 도전 중이다. 나폴리는 정규리그인 세리에A에서 승점 68을 기록해 2위 인터 밀란(승점 50)에 승점 18 차로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 12경기만 남겨둔 나폴리는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1987년과 1990년 이후 33년 만에 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미국 통계업체 파이브서티에잇은 나폴리의 우승 확률을 99%로 전망했다. 인터 밀란은 1%에 불과하다.

나폴리 팬들은 이런 김민재를 ‘몬스터’나 ‘초인’이라고 부른다. 실력과 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데다 과거 한국에서 뛰었던 팀이름이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3부리그(당시 내셔널리그) 격인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뛰었는데, 이 팀의 영문 표기가 ‘Korea Hydro&Nuclear Power’다. 나폴리 팬들은 “영화 속 히어로가 모인 어벤저스 같은 팀이름이다. 저 팀엔 김민재 같은 괴물들이 득실댈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또 다른 팬도 “출신 팀 이름이 범상치 않은데 김민재의 실력도 차원이 다르다”면서 “핵폭탄급 임팩트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